현직 경찰관이 13일 경찰청 앞에서 민갑룡 경찰청장을 규탄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경찰이 세월호 추모집회를 주도한 시민단체를 상대로 국가가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금전 배상 없이 상호 유감을 표명하는 선에서 종결짓기로 한 데 대한 항의성 시위였다. 현직 경찰관이 지휘부의 결정에 반발하며 시위를 벌인 것은 이례적이다.
서울 동대문경찰서 용신지구대 소속 홍성환(경찰대 28기) 경감은 이날 오전 6시 30분쯤 정복을 입고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정문에 나타났다. 홍 경감의 손에는 ‘불법과 타협한 경찰청 NO, 조직원들의 원성에는 귀를 닫고 폭력시위에는 열려 있는 경찰 고위층’이라는 글과 과격 시위 현장에서 부서진 경찰버스의 모습이 담긴 피켓이 들려 있었다. 홍 경감은 세월호 추모집회 측에 대한 국가의 손배소와 관련해 “해당 소송은 경찰버스가 불타고 경찰관들이 피를 봐야 했던 불법 시위와 관련된 것”이라면서 “이 피해를 사과로 갈음한다면 국민 세금으로 또 메우겠다는 소리”라고 주장했다. 홍 경감의 1인 시위는 3시간 동안 이어졌다. 앞서 홍 경감은 지난 8일 경찰 내부게시판을 통해 “민 청장은 루게릭병 환자들을 위해 아이스 버킷 행사까지 할 정도로 소통에 적극적이지만, 정작 이런 중요한 문제는 함구한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홍 팀장의 1인 시위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1인 시위는 집회 신고 없이 누구나 할 수 있다”면서 “별도 조치를 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글 사진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2018-09-1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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