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원 화재 남의 일 아냐”…불안에 떠는 주거 취약계층

“고시원 화재 남의 일 아냐”…불안에 떠는 주거 취약계층

김태이 기자
입력 2018-11-13 16:47
수정 2018-11-13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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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구룡마을·영등포 쪽방촌 등 화재 위험 노출 여전

7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울 종로구 관수동 국일고시원 화재 사고 이후 쪽방촌과 고시원 등 주거 빈곤층의 불안감이 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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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위험에 노출된 쪽방촌 주민들
화재 위험에 노출된 쪽방촌 주민들 13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쪽방촌의 모습.
천장에 화재경보기가 설치돼있지만, 공간이 비좁고 집기들이 어지럽게 놓여있어 불이 날 경우 대피가 쉽지 않다. 2018.11.13
연합뉴스
이번 화재 역시 법·제도의 허점으로 인한 ‘예고된 인재’라는 점에서 주거 빈곤층을 위한 화재 방지 대책과 안정적 주거 공급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취재진이 방문한 서울 강남의 마지막 판자촌 ‘구룡마을’은 여전히 화재위험에 취약해 보였다.

구룡마을 주거지가 시작되는 입구에는 성인 한 명이 다닐 만한 통로를 사이에 두고 판잣집 수십 채가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집 위에 덮여있는 슬레이트 지붕도 서로 맞물려 있어 불이 나면 큰불로 번질 가능성이 커 보였다.

지붕과 벽에는 불에 잘 타는 재질의 천이 여러 겹 둘러 있었고, 집 밖에는 전기배선들이 서로 엉킨 채 나무막대 사이에 늘어져 있었다.

실제 구룡마을은 몇 차례 큰불이 난 뒤 소방 당국에서 특별 관리를 하고 있다. 소화기 등 소방 장비를 확충하고 소방대원들이 순찰도 하지만 주민들은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

이 마을에서 20년째 살고 있다는 오모(62)씨는 “고시원 화재 뉴스를 보고 마음이 편치 않았다. 여기는 더 위험한 곳”이라며 “벽, 문, 천장이 비닐로 싸여 있어 불이 나면 걷잡을 수 없이 번질 수밖에 없다”고 불안해했다.

오씨는 “겨울에는 여기 노인들이 전기장판과 전기난로를 많이 사용하는데 무허가 건물이라 전기배선 교체가 안 돼 누전 위험이 크다”며 “불나면 빨리 도망가려고 외출복을 입고 잔다”고 헛웃음을 지었다.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의 쪽방촌 역시 대표적인 화재 취약지역이다.

쪽방 5곳을 돌아본 결과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곳은 없었다. 대부분 방 위로 전선이 어지럽게 늘어서 있고 전선의 피복은 군데군데 벗겨져 있었다.

5개 쪽방 가운데 방 안에 화재경보기가 설치된 곳은 2곳이었다. 나머지는 복도에만 화재경보기가 설치돼 있었다. 사람 한 명이 눕기에도 비좁은 쪽방에는 이불과 집기들이 복잡하게 놓여 있어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대피도 쉽지 않아 보였다.

이곳 쪽방촌에서 47년을 살았다는 문모(64)씨는 “옛날과는 다르게 소방서에서 경보기도 달아주고 소화기도 비치해주고 수시로 점검을 돌기도 한다”면서도 “방이 너무 좁으니 소화기를 둘 곳이 없으니 밖에 내놓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말했다.

또 문씨는 “소화기가 있다고 해도 사용법이 어렵고 쪽방촌 어르신들은 몸이 불편해서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의 한 고시원도 화재가 발생한 고시원과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았다. 복도를 두고 방이 다닥다닥 붙어있는데 방문이 열리면 복도를 지나갈 수 없을 정도로 비좁았다.

다른 고시원 역시 미로 같은 구조였다. 가장 안쪽 방에서 4번가량을 왼쪽, 오른쪽으로 꺾으며 이동하고 나서야 출입구로 나올 수 있었다.

복도 중간중간 비상구 표시가 있는 출입문이 있었지만, 문 앞은 에어컨 실외기나 청소도구 등으로 막혀 있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고시원 화재 예방을 위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소방청 관계자는 “이번 화재를 계기로 고시원 화재를 예방할 수 있는 정책 마련에 나섰다”며 “소방청,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보건복지부, 서울시 등 관계기관이 모여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정부와 지자체는 반복되는 고시원 화재를 막기 위해 자체적인 점검과 다양한 지원사업을 펼쳤다.

고시원은 영업을 시작하기 전 관할 소방서로부터 소방시설완비 증명을 받아야 한다. 소방서는 고시원에 소방시설이 제대로 갖춰졌는지 확인 후 증명서를 발급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와 소방청 등은 올해 국가안전대진단을 통해 안전에 취약한 쪽방촌과 고시원 등 8천300여 곳을 중점적으로 점검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노후한 고시원에 간이 스프링클러 설치를 지원하고, 올해까지 총 222곳의 고시원에 스프링클러 설치를 완료했다.

이 같은 소방 대책과 더불어 취약계층의 주거권 확보라는 근본적 문제를 해결해야 되풀이되는 화재 참사를 막을 수 있다는 게 빈곤 문제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박효준 참여연대 간사는 “취약계층은 주거비 부담이 크다 보니 정부에서 (화재 예방대책을) 마련해 주지 않는 이상 위험에 노출된 상태로 지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특히 고시원 같은 곳은 화재 취약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이번 고시원 화재를 화재 예방 측면에서만 접근하기보다 이토록 취약한 공간에 사람이 살 수밖에 없는 현실도 고민해봐야 한다”며 “근본적으로 빈곤층들이 조금 더 나은 공간에서 살 수 있도록 주거권 보장이 장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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