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처벌은 못해도…경각심 확산·방지체계 구축

‘직장 내 괴롭힘’ 처벌은 못해도…경각심 확산·방지체계 구축

김태이 기자
입력 2019-02-21 14:57
수정 2019-02-21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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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 금지 법 시행 앞두고 가이드라인 제시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한 개정 근로기준법이 7월 16일부터 시행되는 것은 직장 내 괴롭힘 근절을 위한 사회적 인프라를 구축하는 첫걸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가해자 처벌 조항이 없어 실효성에 대한 회의론도 있지만, 직장 내 괴롭힘이 잘못이라는 인식을 확산하고 상호 존중하는 문화를 정착시키는 기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경선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관은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한 브리핑에서 “직장 내 성희롱 개념이 처음 도입됐을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크게 다르지 않은가”라며 “직장 내 괴롭힘 개념도 이제 첫발을 디딘 만큼, 10년쯤 지나면 확실히 문화가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노동부는 이날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을 위한 행정 지침에 해당하는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대응 매뉴얼’을 발표했다. 개정법 시행을 앞두고 직장 내 괴롭힘 기준을 제시해 혼란을 막기 위한 조치다.

개정 근로기준법은 직장 내 괴롭힘을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규정하고 이를 금지했다.

법 개정에는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서 직장인의 73.3%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답하는 등 이 문제를 더는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작용했다.

직장 내 괴롭힘을 법으로 금지한 나라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는 게 노동부의 설명이다. 프랑스와 호주 등 극소수 국가만 이에 해당한다. 일본도 취업규칙 예방을 위한 행정 지침만 있다.

개정 근로기준법은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면서도 가해자 처벌 조항을 두지는 않았다. 다만,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하면 사용자가 조사를 통해 사실을 규명하고 가해자 징계 등 조치를 하도록 했다.

또 직장 내 괴롭힘 예방·대응 방안을 취업규칙에 반영하도록 했다. 가해자 처벌보다는 사업장별로 방지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 예방·대응 방안을 취업규칙에 반영하고도 안 지키면 피해자는 노동부 진정이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신고했다는 이유로 사용자가 직원에게 불이익을 줄 경우에는 처벌을 받는다.

노동부는 취업규칙 정비 등을 통해 사업장별로 방지 시스템이 갖춰지면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경각심이 확산해 서서히 근절될 것으로 기대한다. 노동부가 이날 발표한 매뉴얼은 방지 시스템 구축을 위한 가이드라인이다.

매뉴얼은 어떤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려면 직장 내 지위·관계의 우위를 활용할 것,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을 것,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할 것 등 3가지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신체적·정신적 고통은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의 입장’을 기준으로 한다. 사람에 따라 고통을 느끼는 정도가 다를 수 있는 만큼, 피해를 따지는 데 객관성을 부여한 것이다.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서는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 가운데 어디에 해당할지 불분명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매뉴얼은 성적인(sexual) 의미가 내포된 행동은 성희롱이지만, 여성 비하 발언이나 여성에게만 차 접대를 맡기는 등 성적 고정관념에 따른 업무 지시는 ‘젠더’(gender) 괴롭힘으로 분류돼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매뉴얼이 직장 내 괴롭힘의 기준을 제시했지만, 개별 사업장의 사건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지는 구체적인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는 게 노동부의 입장이다.

이에 따라 현장에서는 한동안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노동부는 지방고용노동관서별로 관련 절차를 정비하고 근로감독관 교육도 강화해 혼란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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