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 참가자들끼리 욕설, “밟아, 밟아” 구호도 인근 초등생들 공포·불안 호소 학부모 “아이 안전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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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13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탄핵 무효 및 체포 집행 반대 집회를 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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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13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탄핵 무효 및 체포 집행 반대 집회를 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학교 가는 길인데 매일 욕설이 들려요. 흥분해서 소리치고 싸우는 어른들을 보고 있으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봐 무서워요.”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초등학교 앞. 바로 옆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과 반대를 외치는 집회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리며 학부모와 어린이들도 불안과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집회가 장기화하면서 비속어는 물론 혐오와 조롱 섞인 발언 수위가 점차 높아지고 있어서다. 집회 초기였던 이달 초와 비교해 분위기가 험악해진 상황이다.
한남초 정문 앞에서 자녀들을 기다리던 김모(44)씨는 “5학년 딸이 등하굣길에 10분씩 걸어서 다니는데 집회 참가자들이 아이에게 말을 걸기도 한다”며 “어른들이 서로 내뱉는 욕설을 아이들이 다 들으며 다니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자녀를 이 학교에 보내는 한 어머니도 “등하굣길 아이의 안전이 걱정된다”며 아이 손을 잡고 서둘러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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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찬반 집회가 연일 이어진 13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초등학교 앞에서 통학안전지원단 관계자가 돌봄교실 학생 승하차를 위해 대기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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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찬반 집회가 연일 이어진 13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초등학교 앞에서 통학안전지원단 관계자가 돌봄교실 학생 승하차를 위해 대기해 있다. 연합뉴스
실제로 서울신문이 한남동 일대 집회에서 2시간 동안 쏟아진 발언들을 분석해 보니 혐오·조롱·욕설 표현 등이 50여회나 됐다. 집회 현장에서 2~3분에 한 번씩 어른이 듣기에도 불쾌하고 껄끄러운 단어들이 등장한다는 얘기다.
이날도 집회 참가자들은 서로 손가락질하면서 “꺼져”라고 외쳤다. “밟아서 빨개지면 XXX”, “XX 사기꾼” 등 조롱 섞인 노래도 대형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집회 참가자뿐 아니라 탄핵 찬성과 반대를 주장하는 유튜버들까지 대거 한남동 일대로 몰려들면서 라이브 방송 중 수시로 욕설과 폭언을 하기도 했다. 고령인 집회 참가자들을 향해 “가서 박스나 주워라”라고 소리를 지르는 이들도 있었고 “북한 가서 김정은과 살아라”는 등 정치색과 나이를 이유로 한 갖가지 모욕도 쏟아졌다.
왼쪽 사진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2차 집행을 앞둔 12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집회를 하고 있는 모습. 오른쪽은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사직로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 찬성 6차 범시민총궐기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응원봉과 피켓을 흔드는 모습이다. 안주영 전문기자·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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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사진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2차 집행을 앞둔 12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집회를 하고 있는 모습. 오른쪽은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사직로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 찬성 6차 범시민총궐기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응원봉과 피켓을 흔드는 모습이다. 안주영 전문기자·뉴시스
집회 양상이 과격해지면서 일대를 지나는 시민들과 인근 주민, 상인들의 고통은 커지고 있다. 버스를 타기 위해 집회 장소를 지나가던 고등학생 박수빈(17)양은 “왜 저렇게 과격하게 하는지 모르겠다”며 “이걸 보는 아이들이 어른들을 존중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응표(19)군도 “이곳 주민들의 권리는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콘서트와 같이 축제처럼 집회를 즐겼던 선진적 민주주의가 퇴색되고 있다”며 “이런 집회 현장은 아이들에게 공포감을 심어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남동 집회를 통해 ‘증오의 담론’이 재생산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이날 한남동 집회 장소 인근 육교에 걸어 둔 “내란 수괴 더이상 못 참겠다”, “민주당 체포하라”는 문구 등이 적힌 현수막 20여개는 모두 철거됐다. 허가받지 않은 불법 현수막인 데다 현수막이 보행자와 운전자의 시야를 가려 사고를 유발할 수 있어 용산구청이 조치를 취한 것이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해당 육교 위는 집회 장소로 신고되지 않은 곳”이라며 “앞으로도 주기적으로 현수막을 철거할 방침”이라고 했다.
송현주·유규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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