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복 못할 정도 아냐” 유족 패소
학부모의 전화 폭언에 시달리다 우울증에 걸린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은 공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없다고 법원이 판결했다.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 이승한)는 김모(32)씨의 유족이 ‘유족보상금을 지급하라’며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2006년 광주의 한 초등학교 5학년 담임을 맡았던 김씨는 그해 10월 수학 숙제를 해오지 않은 A군을 나무라며 귀밑머리를 잡아당겼다. 이 일로 A군 부모는 저녁마다 김씨에게 전화해 폭언과 막말을 퍼부었다. 이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김씨는 해마다 10월이 되면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
다른 학교로 전근도 해보고 병원 치료도 받아봤지만 10월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우울증을 견디지 못한 김씨는 2011년 10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재판부는 “김씨가 학부모의 폭언과 막말 등으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은 사실은 인정되지만 사회평균인 입장에서 도저히 극복할 수 없을 정도라고는 볼 수 없다”며 “자살은 본질적으로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것이므로 공무원이 공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받은 스트레스로 말미암아 우울증이 발생했고, 그 우울증이 자살의 동기나 원인과 무관하지 않다는 사정만으로 공무와 자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함부로 추단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2013-11-25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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