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부부 이혼 후 양육 방치…법원 “조부모의 청구권 인정”
학교급식 사업을 하던 A(64)씨는 1998년 아들 부부가 이혼하면서 당시 두 살이던 손자를 떠맡았다. 형편이 녹록지 않았지만 가정교사까지 붙여 손자에 대한 양육과 교육에 힘썼다.그러나 아들과 전 며느리는 이후 연락을 하거나 손자를 만나러 오지도 않았다. 경제 사정이 어려운 것도 아닌데 양육비조차 제대로 보내오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2009년부터 A씨의 사업이 어려워졌다. 살던 집이 경매에 넘어가는 등 손자를 키울 수 없는 상황에까지 몰렸다.
A씨는 지난해 아들과 전 며느리를 상대로 그동안 지출한 양육비 9000만원과 앞으로 필요한 양육비 명목으로 매월 100만원을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손자를 키운 몫’을 요구한 것이다.
경기 의정부지법 제2가사단독 윤지숙 판사는 A씨의 아들이 양육비 3500만원을 지급하는 내용의 화해권고 결정을 내렸다. 전 며느리에게도 1200만원의 양육비 지급 결정을 내렸다. 두 사람 다 법원 결정을 받아들였다. 법원 화해는 당사자가 정해진 기간(2주)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확정 판결과 같은 효력이 있어 그대로 따라야 한다.
소송을 대리한 법률구조공단 관계자는 22일 “손자녀를 키운 조부모가 자식인 친부모를 상대로 양육비를 청구해 승소한 드문 사례”라며 “손자녀를 키운 조부모가 자식에게 ‘용돈’ 개념이 아닌 ‘월급’의 형태로 양육비를 청구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임을 법원이 인정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2016-05-23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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