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폰서 부장검사’, 피의자인 변호사 돈 빌려…감찰 확대

‘스폰서 부장검사’, 피의자인 변호사 돈 빌려…감찰 확대

입력 2016-09-08 15:04
수정 2016-09-08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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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감찰팀, 2건 수사받는 ‘피의자’ 변호사와 ‘부적절 거래’ 의혹 추적

‘스폰서·사건청탁’ 의혹을 받는 김형준(46) 부장검사가 중·고교 동창 김모(46·구속)씨와 의심스러운 돈거래를 한 것 외에도 자신의 수사 지휘 범위에 있던 수사 대상이자 사건 피의자인 변호사로부터 ‘급전’ 1천만원을 빌려 쓴 정황이 추가로 포착됐다.

대검찰청은 감찰 범위를 확대해 해당 정황이 부적절한 금품 거래와 연관됐을 가능성은 없는지, 직무상 부적절한 행위가 아니었는지 등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김 부장검사는 올해 초까지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장으로 있을 때 이 변호사가 연루된 사건을 직접 지휘하거나 유관 기관의 관련 조사를 조정하는 역할을 맡았을 가능성이 제기돼 의혹이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1건은 본인이 단장으로 재직할 때 직접 수사했고, 1건은 금융감독원과 협력해 고발 형태로 넘겨받았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부장검사는 올해 2월 3일과 3월 8일 동창 김씨로부터 각각 500만원, 1천만원을 송금받았다.

먼저 500만원은 김 부장검사와 김씨가 단골로 가던 강남구 압구정동 술집 여종업원 곽모씨의 계좌로 들어갔다.

3월 8일 김씨가 보내준 돈 1천만원은 검사 출신인 박모 변호사의 부인 계좌로 입금됐다.

박 변호사는 연합뉴스에 “김 검사가 급하게 쓸 돈이 있다고 해서 1천만원을 빌려줬다가 다음 날 반환하겠다고 해서 계좌번호를 알려줬는데 다른 사람(동창 김씨)이 돈을 보내온 것”이라며 “(언론 보도로 알려진 것처럼) 계좌를 빌려준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최근 김 부장검사의 비위 의혹을 조사 중인 대검 특별감찰팀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도 이런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세한 경위를 모른 채 김 부장검사와 김씨의 금전 거래 통로로 ‘이용’됐다는 주장이다.

검찰 1년 선·후배 사이인 김 부장검사와 박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부에 평검사로 함께 일한 인연으로 이후 줄곧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김 부장검사에게 돈을 빌려줬다는 박 변호사는 현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감독원은 박 변호사가 증시 상장 업체인 A사를 대상으로 적대적 인수·합병을 노리는 과정에서대량보유 지분 공시 의무를 위반한 혐의를 포착하고 작년 하반기부터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본시장법은 자신은 물론 특별 관계자까지 합쳐 특정 회사 주식을 5% 이상 보유하게 되면 5일 이내에 이를 공시하도록 규정한다.

이는 공격 대상이 된 회사에 방어권을 보장해주고 일반 투자자들이 주가에 큰 영향을 끼치는 지분 변동 사항을 적기에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장치다.

금감원은 박 변호사의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해 검찰에 고발했고 현재 서울남부지검이 수사 중이다.

대검 특별감찰팀은 김 부장검사가 올해 1월까지 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장으로 일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합수단은 금감원,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 등 금융범죄 조사기구의 사건 분담 등 업무 조정을 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

합수단은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주가조작 사범 엄단을 주문한 데 따라 설치된 증권·금융 관련 범죄 수사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은 조직이다.

김 부장검사는 합수단장 시절 증시 불공정 거래·기업 범죄 사범을 대거 수사해 재판에 넘겨 ‘여의도의 저승사자’란 별칭이 따라붙기도 했다.

따라서 당시 단장인 김 부장검사가 박 변호사를 상대로 한 금감원의 조사 과정을 파악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이뿐만 아니라 김 부장검사는 작년 합수단장 시절 이 변호사가 연루된 사건을 직접 맡아 수사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작년 11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 거래를 한 혐의를 포착하고 금융위원회를 경유해 박 변호사를 수사의뢰(통보)했는데 이 사건은 김 부장검사가 이끄는 서울남부지검 합수단에서 맡아 수사를 진행했다.

박 변호사는 2012년 10월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 거래로 7천만원가량의 부당이익을 봤다는 혐의를 받고 있었다.

검찰은 박 변호사를 소환 조사하는 등 1년 가까이 수사했지만 아직 기소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검찰 관계자는 “미공개 정보 이용 시점이 2012년으로 사건 접수 당시에 이미 통화 내역 등 객관적 자료 확보가 어려운 상태였다”며 “박 변호사가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상황으로 현재 혐의 입증을 위한 보완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대검 특별감찰팀은 이런 의혹을 주시하고 박 변호사가 연루된 사건 주임검사 등 남부지검으로 감찰 대상을 확대했다.

이로써 김 부장검사의 비위 의혹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돼 감찰 범위에 오른 검사들은 서울남부지검,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남부지검 등 걸친 10여 명으로 확대되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하게 됐다.

이와 관련해 대검 관계자는 “현재까지 파악되는 모든 의혹에 대해서 감찰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급전을 빌려줬다가 돌려받았다는 박 변호사의 설명이 사실이라면 김 부장검사는 비록 오랜 지인일지라도 자신이 사실상 지휘하거나 직무상 유관 사건의 피의자에게 급전을 빌리는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연합뉴스는 이와 관련한 김 부장검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를 걸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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