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서 “인터넷으로 바둑을 배웠습니다” 최강기사의 성장비결

신진서 “인터넷으로 바둑을 배웠습니다” 최강기사의 성장비결

류재민 기자
류재민 기자
입력 2020-03-16 15:22
수정 2020-03-17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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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서 9단 인터뷰 1부

인터넷 대국 즐겨한 2000년생 바둑기사
익명의 고수에게 지도받아 프로입단까지
2015년 렛츠런파크배 우승으로 본궤도
“마음대로 못 놀아… 여가시간엔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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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서 9단이 16일 한국기원에서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신진서 9단이 16일 한국기원에서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바둑은 인터넷으로 배웠고, 바둑 이외 시간엔 주로 유튜브 봐요.”

2000년생 바둑기사 신진서 9단은 바둑을 어떻게 배웠느냐는 질문에 새로운 세대다운 대답을 꺼냈다. 과거 바둑계에선 바둑 고수의 내제자로 가르침을 받는 등 대면 훈련을 통해 바둑 기량을 쌓았지만 인터넷이 발달한 세상에서 자란 바둑기사는 기존의 방식과 다른 성장과정을 거쳤다. 신진서를 키운 ‘8할’이 익명의 인터넷 바둑 고수였던 것.

16일 한국기원에서 만난 신진서는 “부모님이 바둑학원을 하신 덕에 도움도 많이 받았지만 직접적으로는 어릴 때 뒀던 인터넷 대국이 기력을 향상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고백했다. 그는 “지금은 프로기사들의 바둑 사이트 아이디가 공개돼 누가 누군지 다 알지만 예전엔 누가 어떤 아이디를 쓰는지 몰랐다”면서 “많은 바둑기사들이 인터넷으로 바둑을 두던 시절이었고, 강자들과 오프라인 대국 기회가 잘 없던 나에게 인터넷은 마음껏 대국할 수 있는 무대가 됐다”고 말했다.

신진서는 익명의 고수를 통해 쌓은 내공으로 어린이 바둑 무대를 휩쓸었다. 고향인 부산에서 지역연구생을 거쳐 서울에 와서 본격적인 입단 준비를 하면서는 “입단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을 정도로 실력이 늘었다. 결국 그는 2012년 프로 입단에 성공했고, 그때부터 좀 더 깊이 있는 바둑을 배워나갈 수 있었다. 바둑이 뭔지 잘 모르는 나이부터 상대의 돌을 잡는 일을 즐거워했던 꼬마는 차츰차츰 한국 바둑계를 이끌 재목으로 성장해나갔다.

입단 초기에는 “선배들에게 깨지기 바빴다”는 신진서는 2015년 렛츠런파크배 오픈 토너먼트에서 정상에 오르며 15세 9개월 5일의 기록으로 2000년대생 가운데는 최초로 종합 기전에서 우승을 거머쥐었다. ‘돌부처’ 이창호의 14세 10일보다는 늦었지만 역대 2번째로 어린 나이에 차지한 우승이다.
2015년 렛츠런파크배에 출전한 신진서. 한국기원 제공
2015년 렛츠런파크배에 출전한 신진서. 한국기원 제공
신진서가 본격적으로 궤도에 오른 것도 그때부터다. 신진서는 이후 한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최정상급 기사로 급성장했다. 특히 한 대회에서 커제 9단이 “신진서의 바둑은 부족하다”는 평가를 내린 뒤 “죽어도 이기겠다”고 다짐하며 성장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았다. 신진서의 성장으로 조훈현, 이창호, 이세돌, 박정환으로 이어진 최강기사의 계보를 이을 새로운 재목이 필요했던 한국 바둑계로서는 희소식이었다. 어린 나이에 부족한 면도 보였지만 신진서는 자신의 단점을 보완해나가며 더 단단한 바둑 내공을 쌓았고 2018년부터는 국내외에서 항상 1위 자리를 다퉜다.

이제 갓 20대에 접어든 혈기왕성한 청년인 만큼 신진서는 “한편으로는 놀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서도 “바둑을 아예 안 쳐다본 날도 보내봤는데 공부를 안하고 놀고 있으면 죄를 짓는 느낌이 드는 성격이라 무서워서 마음대로 놀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그런 그의 여가시간은 주로 ‘유튜브’로 채워진다. 신진서는 “책을 읽어보려고 했는데 실패했다”고 웃으며 “주로 유튜브를 보면서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좋아하는 영상 장르는 ‘힙합’이었지만 요즘은 유튜브가 알고리즘에 의해서 재밌는 영상을 알아서 추천해주다보니 나오는대로 보고 있다. 정해진 일과 없이 즉흥적으로 두고 싶을 때 바둑을 둔다는 천재형 기사는 즐길 때 즐기고 할 때 하는 진정한 고수의 면모를 자랑했다.

(2부에서 계속됩니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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