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가계 여윳돈 3년 만에 최대
당장의 빚 부담과 미래의 노후 불안 등으로 가계가 돈을 더 벌어도 쓰지 않고 저축하고 있다. 가계의 여윳돈은 3년 만에 가장 많고 총저축률은 15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뛰었다. 가계가 정부보다 저금을 더 많이 하는 ‘역전’ 현상도 벌어졌다.
23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2015년 1분기 자금순환’(잠정)에 따르면 가계(비영리단체 포함)가 올 1분기 중 예금취급기관에서 빌려온 돈(조달)은 14조 2000억원으로 전 분기(30조 8000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예금, 보험 및 연금 등의 자금 운용은 43조 7000억원으로 전 분기(45조 3000억원)보다 줄었다. 운용액이 줄었지만 빌려온 돈(조달액)이 더 크게 줄어들면서 운용액에서 조달액을 뺀 자금잉여는 29조 6000억원을 기록했다. 전 분기(14조 5000억원)의 두 배 수준이다. 2012년 1분기 31조 5000억원 이후 최고치이기도 하다. 문소상 한은 자금순환팀장은 “가계소득 증가가 잉여자금 확대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씀씀이를 줄여 여윳돈이 불어난 측면도 있다. 민간소비는 1분기에 전기 대비 0.6% 증가에 그쳤다. 2013년 4분기(0.6%) 이후 계속 0%대 증가율이다. 부채 수준 자체도 높다. 올 3월 말 현재 자영업자를 포함한 가계의 금융부채는 1309조원이다. 지난해 말보다 14조원 늘었다. 같은 기간 금융자산이 더 많이(81조 3000억원) 불었음에도 가계가 쉽게 지갑을 못 열고 있는 것이다. 돈을 안 쓰다 보니 저축도 늘었다. 올 1분기 총저축률은 36.5%로 전 분기(34.7%)보다 1.8% 포인트 높아졌다. 1분기 기준으로는 1998년 1분기(40.6%) 이후 17년 만에 최고치다. 이 중 정부 저축률은 재정 악화 등으로 떨어진 반면 가계 저축률은 소비 위축 등의 영향으로 높아졌다. 이 때문에 지난해 가계 저축률(7.1%)이 1999년 이후 처음으로 정부 저축률(6.9%)을 앞질렀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2015-06-24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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