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쇼이 발레 감독 황산테러 배후에 스타 무용수

볼쇼이 발레 감독 황산테러 배후에 스타 무용수

입력 2013-03-07 00:00
수정 2013-03-07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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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볼쇼이 극장의 발레 예술감독 세르게이 필린(42)은 1월 17일 밤 퇴근해 모스크바 중심가에 있는 자신의 집에 들어가려다 문 앞에서 한 사내가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그의 얼굴엔 사내가 뿌린 황산이 쏟아졌고 3도 화상을 입었다. 실명위기에 처한 그는 경비원의 도움을 받아 화상 전문 병원으로 옮겨졌다.

필린 감독의 황산 테러 소식에 경찰도 긴장했지만, 그 보다 더 긴장한 것은 극장 측이었다.

극장 내외부에서 필린 감독의 자리를 노린 사람의 소행이라는 추측, 배역에 불만을 품은 배우가 범인일 것이라는 이야기 등이 터져 나왔다.

앞서 필린 감독의 지도방침을 비판하고 극장을 떠난 배우들의 이름도 언론에 오르내렸다.

공교롭게도 황산테러가 있은 지 며칠 뒤 수석 발레리나인 스베틀라냐 룬키나가 남편의 사업상 문제로 신변의 위협을 느껴 러시아를 떠나겠다고 발표했다.

다른 수석 무용수 니콜라이 치스카리드제(39)는 BBC방송과 인터뷰에서 극장 상황이 반대파를 마구잡이 숙청하던 스탈린 폭정시대를 닮았다며 자신을 필린 테러의 배후인 양 발언한 극장 지도부의 사퇴를 요구했다.

여러 명의 극장관계자를 조사했음에도 수사에 난항을 겪던 경찰은 필린 감독이 종전에 받은 휴대전화 협박문자를 추적하다 발레단의 주연급 무용수 파벨 드미트리첸코(29)가 안드레이 리바토프, 유리 자루츠스키 등 특별한 직업도 없고 전과도 있는 이들과 가까이 지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경찰은 결국 드미트리첸코가 이번 범행을 계획했고 자루츠스키가 황산을 뿌렸으며 리바토프는 범행현장에서 운전을 맡았다는 사실을 밝혀내 지난 5일 이들 3명을 체포했다.

또 이들이 자동차 부품점에서 황산을 샀으며 이것을 끓여 농도를 짙게 했다는 사실도 캐냈다.

드미트리첸코는 경찰에서 “내가 범행을 조직했지만 그를 이 정도까지 다치게 하려던 것은 아니었다”며 범행을 시인했다.

2002년 볼쇼이에 합류한 드미트리첸코는 ‘폭군 이반’에서 이반, ‘백조의 호수’에서 악마 로트바르트 등 주역을 맡아 옛 소련 시절 볼쇼이의 영광을 재현할 인물로 주목받아왔다.

경찰 관계자는 그의 범행 동기에 대해 “적대감을 품을 정도로 둘 사이 관계가 악화했다”고 밝힐 뿐 자세한 범행 동기는 내놓지 않았다.

이와 관련, 러시아 일간 모스코프스키 콤소몰레츠는 필린 감독이 드미트리첸코의 여자친구인 무용수 안젤리나 보론트소바를 주연급 역할에서 제외해 드미트리첸코가 필린 감독에게 앙심을 품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법원은 드미트리첸코 등 3명의 구속 여부를 7일 결정한다.

한편 아나톨리 익사노프 볼쇼이 극장장은 보론트소바를 지도한 치스카리드제 수석무용수가 이번 테러 범행을 교사했다며 추가로 고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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