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자유무역 반대 등 ‘좌클릭’ 정책‘민주당 표심 흡수’ vs ‘공화당 표심 이탈’ 양면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는 일부 사안에서는 민주당보다도 더 ‘좌파적’인 시각을 보인다는 평가를 받는다.이 덕분에 본선에서 민주당 표심까지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공화당원들 사이에서조차 여전히 그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은 상황이어서 이 같은 행보가 본선에서 득이 될지 독이 될지 주목된다.
AP통신은 15일(현지시간) 트럼프가 환경·기업 규제 비판, 극단적인 세율 인하 주장, 낙태 반대 등 많은 면에서 전형적인 공화당원이지만, 공화당의 전통적인 이념 틀에 꼭 들어맞지는 않는다고 분석했다.
더 나아가 무역과 국가 안보 등 일부 사안에서는 잠재적 본선 경쟁자인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보다 오히려 더 좌파적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자유무역협정이 미국 내 일자리를 빼앗았다고 주장하면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을 비판해왔다.
이는 NAFTA가 클린턴의 남편인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에 법제화해 실행에 옮겨진 점을 겨냥한 것이지만, 자칭 ‘민주적 사회주의자’인 민주당 경선주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한목소리를 낸 것이어서 그의 ‘좌클릭’ 행보의 한 사례로 꼽힌다.
트럼프는 사회보장연금을 축소하거나 사회보장연금 수급 연령을 높일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피력하기도 했는데, 이는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주장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트럼프는 최근 폭스 비즈니스 네트워크에 “거기(사회보장제도)에는 엄청난 낭비와 사기, 남용이 있지만, 나는 그것을 그대로 둘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하나의 정책을 두고 완전히 상반되는 견해를 내놓는 ‘오락가락’ 발언을 일삼기도 한다.
트럼프는 그동안 부자에 대한 감세를 주장했고 최저임금 인상에도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앞서 밝힌 부자와 기업에 대한 감세 계획은 “하나의 제안일 뿐”이라며 세법이 어떻게 바뀌든 중산층이 더 혜택을 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에 대해서도 공화당 예비경선 토론회에서는 임금수준이 너무 높다면서 연방 최저임금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으나 이후 말을 바꿨다. 7.25 달러인 현재의 최저임금으로는 생존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이달 CNN에 “나는 이 문제에 관해 뭐든 하는 데 열려있다”고 말한 것이다.
트럼프의 이 같은 움직임을 두고 공화당 팀 휴엘스캠프 하원의원은 “현재 트럼프에 관한 한 가장 좋은 것은 그가 힐러리 클린턴이 아니라는 것이지만, 그는 확실히 보수주의자도 아니다”라고 비꼬았다.
이와 관련 트럼프의 선거운동 책임자인 폴 매나포트는 15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정당을 넘어선 지지’(Crossover support)를 위해 “본선 전략을 위한 틀을 조직하는 과정을 밟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메인, 코네티컷 등 1988년 조지 부시를 마지막으로 공화당을 찍지 않았던 이들 지역 유권자들을 트럼프 지지로 돌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매나포트는 “일자리 등 우리의 지지층을 확대할 수 있는 여러 이슈가 있다”며 아직도 클린턴에 반대하는 샌더스 지지자들의 표심을 흡수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발표된 복수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트럼프의 이 같은 전략은 양면성을 지닐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하이오의 경우 민주당 강세 지역으로 분류되는 곳이지만 최근 퀴니피액대학의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가 힐러리를 43%대 39%로 4%포인트 이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호무역을 주장하며 일자리 유출을 막겠다는 트럼프의 호소가 1990년대 이후 제조업 일자리가 30만 개나 줄어든 이 지역 유권자들의 지지를 끌어내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반면 지난 5일 여론조사 기관 랜드마크/로제타스톤의 조사 결과에서는 공화당의 ‘텃밭’으로 분류되는 조지아에서 트럼프와 힐러리가 초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트럼프를 둘러싼 공화당 내의 분열상과 거부감이 전통 지지층의 표심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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