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두개골로 ‘바가지’ 만들었다…中신석기 유적 미스터리

사람 두개골로 ‘바가지’ 만들었다…中신석기 유적 미스터리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25-10-19 16:24
수정 2025-10-19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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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신석기 시대 문명인 ‘량주 문화’ 유적지에서 발굴된 사람 두개골. 인위적으로 가공된 흔적과 함께 ‘가면’ 형태로 가공된 두개골 2점(왼쪽)과 ‘바가지’ 형태로 가공된 두개골 2점. 사이언티픽 리포트 캡처
중국 신석기 시대 문명인 ‘량주 문화’ 유적지에서 발굴된 사람 두개골. 인위적으로 가공된 흔적과 함께 ‘가면’ 형태로 가공된 두개골 2점(왼쪽)과 ‘바가지’ 형태로 가공된 두개골 2점. 사이언티픽 리포트 캡처


중국에서 신석기 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 유골 더미 속에서 인위적으로 가공된 두개골이 여럿 발견돼 학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저널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이 유골들은 동아시아 최초의 도시 중 하나로 평가받는 ‘량주 문화권’에서 발견됐다. 량주 문화는 기원전 3400~2250년 무렵까지 오늘날 저장성 항저우시 인근에 형성됐던 신석기 시대 문명이다.

탄소연대 측정 결과 조사 대상이 된 유골들은 기원전 3000년에서 2500년 사이로 추정됐다.

연구진은 5곳의 수로와 해자에서 50점 이상의 유골을 발굴했는데, 일부 두개골에서 쪼개지거나 구멍이 나거나 윤이 나거나 도구로 갈아진 흔적이 발견됐다. 이 ‘가공된’ 두개골은 도자기와 동물 유해 등과 뒤섞인 채로 발굴됐다.

일본 니가타 건강복지대학의 고고인류학자이자 이번 연구의 주저자인 사와다 준메이 교수는 “가공된 인간 뼈 상당수가 미완성인 상태로 수로에 버려진 것으로 볼 때 유골의 주인인 망자들에 대한 존중이 부족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중국 신석기 시대 문명인 ‘량주 문화’ 유적지에서 발굴된 사람 두개골 유물 중 인위적으로 가공한 흔적과 함께 ‘바가지’ 형태로 가공된 두개골 2점. 사이언티픽 리포트 캡처
중국 신석기 시대 문명인 ‘량주 문화’ 유적지에서 발굴된 사람 두개골 유물 중 인위적으로 가공한 흔적과 함께 ‘바가지’ 형태로 가공된 두개골 2점. 사이언티픽 리포트 캡처


사와다 교수는 유골에서 폭행 또는 분해 흔적이 발견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는 시신이 부패한 뒤에 유골의 가공 처리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진은 가장 흔하게 작업된 부위가 두개골이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연구진은 수평으로 잘리거나 쪼개져 ‘컵’(바가지)처럼 가공된 성인 두개골 4점과 위아래로 쪼개져 ‘가면’처럼 가공된 것 같은 또 다른 두개골 4점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이전에도 량주 문화의 고위층 무덤에서 인간 두개골 바가지가 발견된 적이 있다면서 두개골 바가지가 종교적 또는 의례적 목적으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가면처럼 가공된 얼굴 두개골은 비교 사례가 없었다. 또 후두부에 구멍이 난 두개골과 의도적으로 납작하게 만든 아래턱을 포함해 다른 형태로 가공된 뼈도 독특한 사례라고 덧붙였다.

사와다 교수는 “도시 사회의 등장에 따라 기존의 전통적 공동체를 넘어선 ‘사회적 타자’의 출현이 이 유물을 이해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신석기 시대 문명인 ‘량주 문화’ 유적지에서 발굴된 사람의 턱뼈. 의도적으로 평평하게 가공된 흔적(오른쪽). 사이언티픽 리포트 캡처
중국 신석기 시대 문명인 ‘량주 문화’ 유적지에서 발굴된 사람의 턱뼈. 의도적으로 평평하게 가공된 흔적(오른쪽). 사이언티픽 리포트 캡처


연구에 따르면 작업된 유골 상당수가 미완성 상태로 발견됐다. 즉 사람의 뼈가 특별히 희귀하거나 귀중한 가치를 지니지 않았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는 급속도로 도시화되던 량주 문화권에서 죽은 자에 대한 인식이 변화했음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사람들이 더 이상 이웃을 속속들이 알지 못하거나 친척으로 여기지 않게 됐고, 그 결과 유골의 주인을 자신이 소속된 집단과 분리해서 인식할 수 있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에 대해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리버사이드 캠퍼스의 고고인류학자 엘리자베스 버거 교수는 “이번 발견에서 가장 흥미롭고 독특한 점은 이 인골들이 사실상 쓰레기 취급을 받았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도시화와 유골 취급을 연관지은 연구진의 의견에 동의했다.

연구진은 량주 문화권에서 인골을 다루는 관습이 갑자기 나타나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 기준으로 최소 200년 동안 지속되다가 사라졌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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