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억원 요구하던 훈민정음 상주본 어떻게 됐나

1천억원 요구하던 훈민정음 상주본 어떻게 됐나

입력 2016-10-03 10:23
수정 2016-10-03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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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소장자 올해 세 차례 만나…“협상 진전 없어”

3년 전 발견됐다 이내 사라진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왼쪽)과 간송미술관에 소장된 국보 70호 해례본.
3년 전 발견됐다 이내 사라진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왼쪽)과 간송미술관에 소장된 국보 70호 해례본.
지난 2008년 처음 세상에 알려진 뒤 작년 한글날에 소장자가 “1천억원을 받으면 국가에 헌납하겠다”는 뜻을 밝혀 논란이 된 이른바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의 행방이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이 서적은 간송미술문화재단이 보유하고 있는 훈민정음 해례본(국보 제70호)과 동일한 판본으로 경북 상주에서 발견돼 ‘상주본’으로 불린다. 보존 상태가 좋고 ‘간송본’에는 없는 연구자의 주석이 있어 학술적 가치가 더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8월 25일에도 책을 가진 배익기(53) 씨를 찾아갔는데, 1천억원을 달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며 “올해만 세 번 만났지만 협상에 진전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서적이 온전히 있는지 사진으로라도 확인해 달라고 부탁했으나 거절당했다”며 “상주본의 존재 여부도 모르는데 금전적 부분을 논의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배익기 씨는 “책이 잘 있는지 없는지 말하기 어려운 형편”이라며 상주본의 상태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답을 피했다.

배 씨는 “공무원들이 조작한 사건 때문에 감옥에서 지냈는데, 그에 대한 진상이 규명되고 관계자들이 사죄해야 한다”며 “작년에 말한 1천억원은 공무원들의 죄를 추궁하지 않는 조건으로 제시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상주본은 정당한 내 소유물”이라고 강조한 뒤 “사람들이 나를 돈만 바라는 인간으로 알지만 그렇지 않다. 이제는 피곤하고 힘이 부친다”고 했다.

배 씨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상주본에 복잡한 사연이 얽혀 있어서다.

이 사건은 배 씨가 2008년 7월 일부 언론을 통해 상주본을 소개하면서 시작됐다. 골동품업자 조모 씨가 이 소식을 접한 뒤 배 씨가 자신의 가게에서 다른 고서적을 사면서 상주본을 몰래 끼워 훔쳐갔다고 주장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조 씨는 배 씨를 상대로 물품인도 청구소송을 냈고, 1심 재판부는 고서에 조예가 깊은 배 씨가 집을 수리하던 중 상주본을 발견했다는 설명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상주본이 도난품이 맞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2011년 배 씨가 조 씨에게 고서를 돌려줘야 할 의무가 있다는 판결을 유지해 조 씨의 소유권을 확정했다.

그런데 형사 사건에서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민사 판결이 난 뒤 배 씨는 상주본을 훔친 혐의(문화재보호법 위반)로 구속기소 됐고 1심 재판부는 10년 징역형을 내렸다. 그러나 2심 재판부와 대법원은 배 씨가 책을 훔쳤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그가 공무원들의 무고로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형사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민사와 형사 판결이 엇갈린 가운데 조 씨는 2012년 배 씨 수중에 있는 상주본을 문화재청에 기증한 뒤 그해 사망했다. 법적으로는 상주본의 소유권이 국가에 있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배 씨는 법적 분쟁에 휘말린 뒤 상주본을 공개한 적이 없고 행방에 대해서도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3월에는 배 씨의 집에 화재가 일어나 상주본이 훼손됐을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배 씨에게 돈을 준다고 해도 그 돈의 성격은 거래의 대가가 아니라 지금까지 상주본을 보관한 것에 대한 사례금”이라며 “우선 상주본의 상태만이라도 알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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