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급 승진 반갑지 않아요”…문체부 고위직 ‘승진 기피증’

“1급 승진 반갑지 않아요”…문체부 고위직 ‘승진 기피증’

입력 2016-11-27 12:04
수정 2016-11-27 12:04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거국내각 구성시 ‘단명’ 가능성도

요즘 문화체육관광부의 국장급 간부들이 좌불안석이다. 내달 예정된 고위직 인사에서 자칫 1급으로 승진하는 ‘불상사’가 생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공직사회에서 승진보다는 정년퇴직에 더 높은 가치를 두는 경향성이 일반화된 것은 이미 오래 전이지만 일반직 공무원으로서 올라갈 수 있는 최고위 직위인 1급 자리마저 마다하는 문체부 내부 분위기는 현 정국 상황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

통상 ‘물갈이 인사’가 뒤따르는 새 정부 출범이 불과 1년 3개월 앞으로 다가온 마당에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나 하야 등 비상시국에 따른 거국내각이 구성될 경우 ‘인사 회오리’가 조기에 몰아닥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문체부는 ‘최순실 국정농단’의 현장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처지여서 이번 1급 승진자는 ‘단명’이 될 소지가 높다는 게 문체부 내부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27일 문체부에 따르면 지난 18일 유동훈 국민소통실장이 제2차관으로 임명된 데 이어 23일 박영국 문화예술정책실장이 국민소통실장으로 전보 발령 남에 따라 현재 문화예술정책실장이 공석인 상태다.

또 일부 고참 1급들의 명예퇴직이 추진되는 것으로 알려져 1급 공석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내달 중 단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1급 승진 인사의 대상이 되는 국장급 간부들은 문체부 본부와 산하 기관을 합쳐 20여 명이지만, 이들 대부분은 공무원 생명이 단축될 것을 우려해 승진하길 꺼리고 있다.

대학생·고등학생 두 딸을 둔 50대 초반의 한 국장급 간부는 “학교에 다니는 애들이 있어 아직 더 벌어야 하는데…”라며 “앞으로 1년 하다 그만둘 수도 있어 승진이라고 마냥 좋아할 게 아니다. 이번에 승진되지 않길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통 새 정부가 들어서면 1급을 대상으로 전원 일괄 사표를 받은 뒤 선별 수리를 하는데 한참 고참인데도 후배를 위해 길을 열어주지 않거나, 정부와 코드가 맞지 않는 사람들이 그 대상이 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1~2급 등 간부들 사이에 ‘우리는 비정규직 공무원’이라는 자조 섞인 말도 나온다.

또 다른 한 간부는 “아무리 1급이 일반직 공무원으로서 최고의 영예직이라고는 하지만 재직기간이 기껏 1년 또는 이보다 더 짧을 수도 있는데 누가 그 자리에 가려 하겠느냐”며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50대 초반에 공무원 하다가 잘리면 요즘과 같은 불경기에 어디에 재취업하겠느냐”면서 “앞서 나간 차관과 실장급 선배 중 일부는 대학에서 강의하기도 하지만, 별 하는 일 없이 지내는 사람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체부는 2년 전인 2014년 10월 김종덕 장관 취임 직후 1급 간부 6명이 일괄 사표를 냈다가 그중 3명이 사표가 수리되면서 공직을 떠난 바 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10월10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야할까요?
오는 10월 개천절(3일)과 추석(6일), 한글날(9일)이 있는 기간에 10일(금요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시 열흘간의 황금연휴가 가능해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아직까지는 이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다음 기사를 읽어보고 황금연휴에 대한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1. 10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야한다.
2. 10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할 필요없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