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본 닮은 조선의 ‘휴대용 해시계’ 국내 첫선

지구본 닮은 조선의 ‘휴대용 해시계’ 국내 첫선

류재민 기자
류재민 기자
입력 2022-08-18 21:00
수정 2022-08-19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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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판 명품 시계 ‘일영원구’ 귀환

해외 문화재 美경매서 낙찰받아
1890년 ‘고종의 무관’ 상직현 제작
오늘부터 ‘나라 밖 문화재…’ 특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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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용 해시계 ‘일영원구’가 18일 처음으로 공개됐다. 사진 속에 튀어나온 ‘횡량’의 그림자가 파인 홈에 들어가도록 맞추면 현재 시간을 알 수 있는 구조다. 문화재청 제공
휴대용 해시계 ‘일영원구’가 18일 처음으로 공개됐다. 사진 속에 튀어나온 ‘횡량’의 그림자가 파인 홈에 들어가도록 맞추면 현재 시간을 알 수 있는 구조다.
문화재청 제공
조선판 명품 시계 ‘일영원구’(日影圓球)가 처음으로 국내에 선보였다.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18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지름 11.2㎝, 높이 23.8㎝의 소형 해시계인 일영원구를 공개했다. 반출 경로는 불분명하지만 지난해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일영원구의 출품 정보를 입수한 후 면밀한 조사를 거쳐 지난 3월 미국의 한 경매에서 낙찰받아 국내로 들여오게 됐다.

얼핏 보면 소형 지구본을 닮았는데, 이 같은 형태를 가진 해시계의 존재가 확인된 것은 일영원구가 처음이다. 유물에는 ‘대조선 개국 499년 경인년 7월 상순에 새로 제작했다’는 명문과 함께 ‘상직현인’이 새겨져 있어 1890년 7월 상직현이라는 인물에 의해 제작됐음을 알 수 있다. ‘고종실록’과 ‘승정원일기’에 따르면 상직현은 고종대에 활동한 무관으로, 1880년 수신사 일행으로 일본을 찾는 등 개화기 신문물에 열려 있는 인물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의 아들 상운은 우리나라에 최초로 전화기를 들여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용삼 충북대 명예교수는 “하나의 가문에서 정교하게 명품으로 작품을 완성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기계식의 동력을 이용한 자격루와 혼천시계에 나오는 시패(時牌)까지 속에 집어넣어 디지털화한 모습으로 만든 것은 조선에 없었다. 과학적, 역사적으로 높이 평가된다”고 말했다.

일영원구를 이용하려면 먼저 다림줄로 수평을 맞추고 방위를 측정해 북쪽을 향하게 한 다음 위도를 조정하고 시침·분침 역할을 하는 횡량의 그림자가 일직선으로 파인 홈 속으로 사라지도록 일영원구 아래쪽을 돌리면 된다. 그림자가 사라진 순간 일영원구에 맞춰진 시간이 현재 시간을 나타낸다. 자격루, 혼천시계 등에도 비슷한 장치가 있어 조선의 과학기술을 계승하는 한편 다른 나라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고안된 유물로 추정된다. 조선 후기의 주조 기법과 은입사 기법 등의 장식 요소도 돋보인다. 일영원구는 현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특별전 ‘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을 통해 19일부터 공개된다.

2022-08-19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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