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에 홀로사는 92세 할머니…방임도 ‘학대’

컨테이너에 홀로사는 92세 할머니…방임도 ‘학대’

입력 2010-10-02 00:00
수정 2010-10-02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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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체적.정서적 폭행 뿐만 아니라 노인 방임도 명백한 학대입니다”

 노인의 날인 2일 강원 춘천의 4~5평 남짓한 컨테이너 집에서 홀로 지내는 김옥순(92.가명) 할머니는 그 어느 때보다 쓸쓸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슬하에 2남 2녀를 두고 있으나 모두 가정불화와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왕래가 끊겨 사실상 홀몸 노인으로 지낸 지 오래다.

 몇해 전까지만 해도 김 할머니 스스로 산에서 채취한 나물을 팔아 근근이 생계를 유지했으나,그나마 이제는 고령으로 기력이 쇠해 외부활동은 전혀 할 수 없는 지경이다.

 스스로 식사 준비도 할 수 없는 김 할머니는 옆방에 사는 이웃의 도움으로 하루 한 끼의 식사만 겨우 제공받고 있지만 정작 자녀들은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외면하고 있다.얼마 전에는 영양결핍으로 쓰러지기까지 했다.

 김 할머니의 딱한 처지를 보다 못한 사회복지공무원은 노인보호전문기관에 도움의 손길을 요청했다.

 노인보호전문기관은 김 할머니의 자녀들과 연락을 시도했으나 큰 딸(55)을 제외한 나머지 3명의 자녀와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큰딸조차도 고령의 노모를 돌보지 않는 채 혼자 내버려 두는 것 자체가 심각한 노인학대라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큰딸은 “경제적으로 어렵게 살다 보니 나이 드신 어머니를 돌볼 여력이 없었다”며 “노모를 혼자 내버려둔 것이 노인학대인 줄 미처 몰랐다”고 말했다고.

 강원도 노인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 말 현재 도내에 접수된 노인학대 신고는 176건,상담 건수도 1천578건에 이른다.하루평균 7.3건의 노인학대 신고와 상담이 이뤄지는 셈이다.

 학대 행위자는 전체 87명 중 아들이 48명으로 가장 많았고,며느리 11명,딸 9명,본인 자포자기 7명,친척 4명,손자녀 1명 등으로 나타났다.

 학대 유형별로는 전체 248건 가운데 신체적 학대가 96건으로 가장 많았고,정서적 학대 81건,경제적 학대 23건,유기 3건 등이다.

 김 할머니와 같은 방임 사례도 12.9%인 32건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 노인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생활고 등 경제적 여건을 이유로 부모 부양을 외면한 채 돌보지 않는 노인 방임이 갈수록 심각한 상황”이라며 “노인 방임이 현대판 ‘고려장’에 비유될 만큼 중대한 노인학대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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