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상호가 ‘OO대학교㈜’…광고수입 챙기려 ‘꼼수’

회사 상호가 ‘OO대학교㈜’…광고수입 챙기려 ‘꼼수’

입력 2013-05-30 00:00
수정 2013-05-30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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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광고판 설치 위해 회사이름도 바꿔…법원 “광고판 철거명령 정당”

한 제조업체가 광고사업으로 부수입을 챙기려고 업종과 무관한 대학교 이름으로 상호까지 바꾸는 등 꼼수를 부렸다가 광고시설 자체를 철거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2006년부터 충북 청원군의 한 공업지역에서 팔레트 제작·판매업을 하는 A 기업.

이 기업은 2010년 6월 대전의 한 광고대행업체와 공장건물 옥상에 광고판을 설치해 사용하기로 하는 임대계약을 체결했다.

이 광고대행업체가 2011년 말 충청권의 모 대학교와 3년간 이곳에 광고물을 설치하고 매월 1천900여만원을 받는 위탁계약을 맺으면서 A 기업 역시 본업인 제조업 외에 광고사업이라는 부업을 갖게 됐다.

옥외광고물법 상 공업지역의 건물에는 하나의 옥상 간판에 해당 업체의 상호 또는 생산품 광고만을 표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들은 법망을 빠져나가려고 ‘꼼수’를 썼다.

회사 설립 이후 6년간 사용해오던 상호를 과감히 버리고 ‘학생 중심대학 ○○대학교㈜’라고 회사 이름 자체를 바꿔 등록했다. 홍보를 의뢰한 대학의 이름 뒤에 ‘㈜’만 슬쩍 끼워넣은 것이다.

이렇게 상호를 바꾼 만큼 이 명칭으로 옥상 간판을 내걸어도 법망을 빠져 나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허가권을 가진 청원군은 간접 광고임을 눈치챘지만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어 결국 허가를 내 줄 수밖에 없었다.

다만 간접 광고 가능성을 최대한 차단하기 위해 모든 글자의 크기, 모양, 색깔을 같게 하고 상호임을 알게끔 ‘㈜’ 표시를 반드시 넣으라는 단서 조항을 제시했다.

하지만 A 기업은 이 단서 조항도 교묘하게 빠져나갔다.

다른 글자에 비해 대학 이름을 부각시키고 ‘㈜’자는 아예 빼버린 광고판을 내걸었다.

한 술 더 떠 설계도면에 없던 대학의 홈페이지 주소까지 광고판에 기입했다.

뒤늦게 이 사실을 확인한 청원군은 이를 불법 광고물이라며 자진 철거를 명령했다.

A 기업은 홈페이지 주소를 삭제하고 ‘㈜’자를 첨가하는 것으로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했다.

그러나 또다른 편법을 동원했다.

’㈜’자를 넣기는 했지만 대학 이름보다 현저히 작은 크기에 글자 색 역시 바탕색과 같은 붉은색으로 해 식별이 거의 불가능하게 했다.

야간에는 조명이 대학 이름과 홍보문구만 비추게 하고, ‘㈜’ 부분은 아예 보이지 않도록 했다.

한 눈에도 대학 홍보를 위한 광고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만큼 노골적이었다.

인내심에 한계를 느낀 청원군은 결국 옥외광고물 표시 허가 취소와 함께 철거명령을 내리고, 이를 이행하지 않는 A 업체에 두 차례에 걸쳐 총 1천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했다.

일련의 상황에도 A 기업은 “디자인이 허가 내용과 조금 다를 뿐 주된 내용은 같아 문제 될 것이 없다”며 “군의 잇따른 보완 요구와 허가 취소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이라면서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A 기업의 꼼수는 법의 심판대를 넘어서지 못했다.

청주지법 행정부(최병준 부장판사)는 29일 A 기업이 청원군수를 상대로 낸 옥외광고물허가취소 처분 등 취소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A 기업의 간판은 관련법이 정한 표시·설치방법과 허가 기준 등을 모두 위반한 것으로 청원군의 행정처분은 적법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상호 자체가 모 대학교를 연상시키고 업종과 전혀 연관성이 없는 점, 청원군의 지시를 따르지 않은 일련의 과정을 종합해 보면 광고에 목적이 있음이 충분히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과 관련 청원군의 한 관계자는 “A 기업의 항소 여부를 보고 원심이 그대로 확정되면 철거명령을 재차 통보하고, 또다시 이행하지 않으면 강제집행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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