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단체 간부들 실형…납부액 지정·집담보 대출까지 시켜
“돈을 내지 않으면 가족에게 화가 닥친다”며 지속적으로 돈을 요구한 종교단체 간부들에게 법원이 사기죄로 실형을 선고했다.서울서부지법 형사9단독 이광우 판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정모(52·여)씨와 홍모(56·여)씨에게 각각 징역 2년과 1년6개월을 선고했다고 8일 밝혔다.
한 종교단체 간부인 정씨는 2012년 12월 다른 교인에게 이끌려 단체를 방문한 김모(78·여)씨에게 “조상이 당신을 이곳으로 불렀다”며 ‘미륵불’에 금을 입혀야 한다는 명목으로 1천만원을 받았다.
이듬해 1월에는 김씨에게 “자식에게 안 좋은 일이 있는데 이를 막으려면 돈이 필요하다”고 해 제사 비용 등을 이유로 2천만원을 받아냈다.
김씨가 낸 3천만원은 모두 동생에게서 빌린 돈이었다. 같은 해 2월 김씨가 돈을 갚기 위해 은행 대출을 받으려 하자 정씨는 그보다 많은 5천만원을 빌리도록 했다.
그러고는 “대출금 중 2천만원은 우리 단체에 달라. 돈을 모두 갚으면 동생에게 나쁜 일이 생기니 갚을 돈 중 1천만원도 내는 것이 좋다 “며 3천만원을 다시 뜯어냈다.
같은 해 10월에는 다른 간부인 홍씨까지 ‘돈 받아내기’에 가세했다.
그는 김씨에게 “아들과 손자에게 나쁜 일이 생길 수 있다. 돈을 주면 화를 막아주겠다”며 집을 담보로 토지 매입자금인양 1억3천만원을 빌리게 하고는 건네받았다.
두 사람은 김씨의 돈을 받아내는 내내 “토 달지 말고 시키는 대로 하라. 그러지 않으면 당신과 가족에게 나쁜 일이 생긴다”고 주입시키며 입단속을 했다.
김씨의 자녀들은 어머니가 집을 담보로 대출까지 받아 큰 금액을 종교단체에 내는 것을 수상히 여긴 끝에 경찰에 신고했다. 정씨와 홍씨는 결국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은 사람들이 재앙이나 화를 피하고자 종교나 주술에 의지하는 일이 흔히 있으므로 “재앙을 막아주겠다”는 말을 하고서 돈을 받은 사실만으로는 사기죄로 볼 수 없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정씨와 홍씨의 행위는 달리 판단했다. 재판부는 ‘종교적 의식이나 기부를 빙자한 사기’로 볼 이유가 충분하다고 판시했다.
“돈을 안 내면 가족에게 우환이 생긴다”고 계속 말해 김씨에게 불안감을 준 점, 김씨가 자발적으로 금액을 정한 것이 아니라 정씨 등이 일방적으로 납부액을 지정한 점 등을 보면 종교적 이유로 돈을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두 사람이 김씨의 은행 대출에 개입해 더 큰 액수를 빌리게 했고 김씨로부터 수표를 받아 즉시 현금으로 교환한 점, 김씨가 준 돈을 단체에 납부했다고 주장했지만 입증 자료가 전혀 없는 점 등도 사기 의혹을 뒷받침하는 요인이 됐다.
재판부는 두 사람이 김씨로부터 받아 챙긴 1억9천만원을 돌려주도록 명령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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