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 ‘민관 합동조사’ 최종 거절
정부 “주민 불안 해소 위해 자체 조사”
전문가 “적극 모니터링, 불안 해소해야”

지난 2월 3일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에서 열린 ‘사람 콧속 녹조 독소(유해 남세균) 검출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백도명 서울대보건대학원 명예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낙동강 지역 주민 2명 중 1명꼴로 콧속에서 녹조 독성물질이 검출됐다’는 환경단체의 연구발표에 대한 민관 합동 조사가 최근 무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를 신뢰하지 못하는 시민단체에서 지난달 10일 합동 조사를 거절하면서다.
환경부 관계자는 4일 “전화로 설득하고 공문도 보냈지만, 환경단체가 최종적으로 거절했다”면서 “주민들이 불안해하니 정부 차원에서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녹조가 가장 심한 8월에 조사하고 연말에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들은 2월 3일 기자회견을 열고 낙동강 인근 주민 97명의 콧속 시료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 46명(47.4%)에게서 녹조 독성 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호흡기질환 등을 초래할 수 있는 녹조 독성물질이 공기 중으로 전파됐다는 게 환경단체들의 주장이다.
환경부는 조류독소가 공기 중으로 전파되지 않는다는 국립환경과학원의 2022~2024년 조사결과를 고수하면서도 “환경단체로부터 조사 결과를 받아 구체적 내용을 분석한 후 필요하면 민·관·학 합동 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환경운동연합은 국립환경과학원 조사에 대한 검증을 선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며 합동 조사를 거부했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공기 중 조류독소가 전파된다는 사실은 해외 연구를 통해서도 알려졌는데, 환경부가 우리 연구 내용만 검증하겠다며 자료를 달라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녹조가 번성하는 시기를 넘긴 가을에 조사한 채 조류독소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발표한 정부의 신뢰도를 먼저 검증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정부와 환경단체의 이견이 이어지면서 주민 불안만 커지는 상황이다. 특히 올여름 낙동강에서 녹조가 창궐할 경우 문제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보나 댐 등 하천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막는 구조물에 따른 유속 저하와 기후변화로 인한 수온 상승, 축산 폐기물 같은 유기물 유입 등이 녹조를 확산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김동은 계명대 동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독소가 코로 들어오면 급성 염증이나 호흡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낙동강 인근 주민들 불안이 큰 만큼, 정부는 녹조가 심한 지역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해 주민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독소가 확인되면 하루빨리 인체 유해 기준을 만들고, 낙동강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건강영향평가를 실시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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