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이달초 서울 신한銀 2곳서 300여건 유출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이용한 카드복제 사건이 또 터졌다. 지난 5월 말부터 이달 초 서울에 위치한 신한은행 점포 2곳의 ATM에서 고객 정보 300여건이 유출됐다. 금전적 피해액도 800만원가량이다. 앞서 지난 2월(서울 금천구 가산동 기업은행 영업점)과 4월(중구 명동 우리은행 영업점)에도 ATM 카드 복제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금융 당국과 시중은행은 지난 3월부터 재발방지를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을 운영 중이지만 대책 도입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업계 자율에 맡기겠다”며 ‘뒷짐진 금융 당국’과 ‘비용 부담’을 이유로 은행권이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어서다.
앞서 두 차례 발생했던 카드 복제사건과 달리 이번엔 은행의 관리가 소홀한 주말을 이용했다. 신한은행 측은 “폐쇄회로(CC)TV 판독 결과 범인들이 토요일 아침에 복제기를 부착한 뒤 일요일 밤에 떼가는 장면을 확보해 경찰에 지난 12일 신고했다”고 밝혔다. 신한은행은 정보가 유출된 고객의 카드 사용을 중지하고 피해금액은 전액 보상해 줄 방침이다.
카드 복제기술과 수법은 날로 교묘해지고 있지만 대책 마련은 ‘거북이걸음’이다. 올 2월 첫 사고가 발생한 이후 금융감독원과 은행연합회, 은행이 참여한 TF가 진행 중이다. 일단 단기 대책으로 오는 8월까지 ATM 카드 투입구 교체를 진행 중이다. 사고를 당한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은 교체 작업을 서둘러 끝냈지만 다른 시중은행의 교체 작업은 더디다. 이번에 사건이 발생한 신한은행도 마찬가지였다.
복제 방지를 위한 새 기술 도입은 연구 용역을 맡길지조차 결정하지 못했다. “굳이 비용을 들여가면서까지 용역을 맡겨야 하느냐”는 일부 은행의 반발 때문이다. 복제기를 부착하면 경보음이 울리도록 하거나 특수 전파를 내보내 카드 복제를 방지하는 센서 탑재 기술은 현재 시중에 설치된 신형 ATM과는 호환이 되지 않는 한계가 있다.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금융 당국은 한발 물러서 있는 모습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달 말쯤 은행들의 이행 상황을 점검해 보겠다”면서도 “ATM 기종이나 복제 기술이 워낙 다양해 금융 당국이 일괄적으로 대책을 지시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고 해명했다.
결국 관련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고객들이 스스로 주의하는 수밖에 없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ATM을 이용하기 전에 투입구에 이상한 부착물이 없는지 반드시 살펴봐야 한다”며 “복제된 카드가 해외에서 이용되는 경우가 많아 카드사에 ‘출입국 정보 활용 동의서’를 신청하는 것도 피해를 막는 방법”이라고 전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2015-06-15 16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