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법원은 신 총괄회장이 정상적인 사무처리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번 법원의 결정이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에서 차남인 신동빈 회장에게 더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법원 결정에 불복,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혀 곧바로 후견이 개시되지는 않는다.
서울가정법원 가사20단독 김성우 판사는 31일 신 총괄회장의 여동생 신정숙 씨가 청구한 성년후견 개시 심판 사건을 심리한 결과, 신 총괄회장에 대해 한정후견을 개시한다고 밝혔다.
한정후견은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한 경우 지정된다. 후견인이 대리인으로서 법원이 정한 범위 안에서 대리·동의·취소권 등을 행사하게 된다.
한정후견인으로는 사단법인 ‘선’을 선임했다. 사단법인 ‘선’은 법무법인 ‘원’이 공익활동을 위해 설립한 사단법인으로, 이태운(68·사법연수원 6기) 전 서울고법원장이 대표를 맡고 있다.
김 판사는 신 총괄회장의 진료 기록과 병원에 대한 사실조회 회신 결과, 그가 2010년과 2012년, 2013년 분당 서울대병원 외래 진료 시 의료진에게 기억력 장애와 장소 등에 관한 지남력(자신이 처한 상황·방위 등을 제대로 인식하는 능력) 장애를 호소한 점을 근거로 삼았다. 또 2010년께부터 아리셉트(Aricept)나 에이페질(Apezil) 등과 같은 치매 치료약을 지속해서 처방받아 복용한 사실도 주목했다.
김 판사는 롯데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형제간 갈등 탓에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후견 사무를 수행할 한정후견인으로 법무법인 선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한편 신동주 전 부회장의 항소 이후에 후견이 확정되면 그동안 “아버지(신격호) 뜻”이라며 승계의 당위성을 주장한 신 전 부회장은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광윤사(光潤社·고준샤) 대표·최대주주 자리를 내놓아야 한다.
광윤사는 한·일 롯데 지주회사격인 롯데홀딩스의 지분 28.1%를 보유한 한일 롯데그룹의 뿌리이자 지배구조상 핵심기업이기 때문에 이런 변화는 그룹 경영권 차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한국에서의 후견 개시 사실을 참고해 일본 법원이 신동빈 회장의 손을 들어줄 경우, 신 회장은 광윤사 이사로 복귀하는 반면 신동주 전 부회장은 대표이사직과 과반 최대주주 지위를 모두 잃게 된다.
신 전 부회장은 지주회사 롯데홀딩스 주요 주주 가운데 광윤사의 지분(28.1%)을 더 이상 확실한 우호지분으로 내세우기도 어렵게 된다. 홀딩스 주총 표 대결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이 신동빈 회장을 이길 가능성이 지금보다 더 낮아진다는 얘기다.
신 전 부회장은 그동안 ‘독점’해온 신격호 총괄회장의 신병도 넘겨야 할 처지에 놓였다.
신 총괄회장의 후견인으로 경영권 분쟁 당사자들을 피해 사단법인 ‘선’이라는 제 3자를 지정했기 때문에, 신 총괄회장의 신병도 향후 이 후견인이 확보하게 된다. 신 총괄회장은 현재의 거처(소공동 롯데호텔 34층)에서 그대로 머물되 관리를 후견인측에서 맡는 형태가 가장 유력하다.
하지만 신동주 전 부회장측이 ‘항소’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당장 후견인이 신격호 총괄회장에 대한 대리권을 행사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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