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연봉킹 관전 포인트

[데스크 시각] 연봉킹 관전 포인트

주현진 기자
주현진 기자
입력 2025-04-06 23:31
수정 2025-04-07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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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고초려, 인재 제일주의로
‘연봉킹 1위’ 다시 회복할 때
10만전자 실현될 수 있을 것

832억 7000만원.

금융계 스타 최고경영자(CEO)인 메리츠금융그룹 김용범 부회장이 작년에 수령한 보수 금액이다. 국내 산업·금융계 통틀어 최고로 높다. CEO를 평가하는 척도는 실적과 주가인데 그가 메리츠금융 CEO로 취임한 2014년 2376억원이던 순이익은 10년 만인 지난해 2조 3334억원으로 10배, 같은 기간 주가는 6436원(2014년 1월 2일)에서 10만 4000원(2024년 12월 31일)으로 16배 뛰었다. 스톡옵션 행사 이후에도 주가가 오름세여서 일반 주주들 사이에서도 ‘합당한 보상’이란 긍정 평가가 쏟아진다.

은행도 없이 손해보험과 증권사만으로 회사를 시가총액 기준 국내 2위 금융지주 자리에 올려놓을 수 있었던 것은 오너인 조정호 메리츠금융 회장이 있기에 가능했다. 김 부회장이 받은 보수의 대부분이 스톡옵션 99만주를 행사한 돈(814억원)인데, 스톡옵션은 조 회장의 아이디어와 결단으로 나왔다. 자신이 임명한 스타 CEO의 선전으로 주가가 수직상승하면서 조 회장도 국내 주식부자 1위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조 회장에 의해 주식부자 1위 자리에서 내려온 이재용 회장의 삼성전자에도 메리츠금융만큼은 아니어도 고액 보수를 받는 CEO들이 적지 않다. 다만 최근 5년간 이 회사 연봉킹은 공교롭게도 모두 퇴직 임원들이란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실제로 삼성전자에서 지난해 가장 많은 보수(80억 3600만원)를 받은 경계현 고문은 DS(반도체) 부문장에서 물러나며 받은 퇴직금(52억 7200만)을 합산해 이 회사 연봉킹이 됐다. 2020년 권오현 전 회장(퇴직금 93억원 포함, 보수 172억 3300만원), 2021년 고동진 전 사장(퇴직금 64억 3500만원 포함, 보수 118억 3800만원), 2022년 정은승 전 사장(퇴직금 49억 8500만원 포함, 보수 80억 7300만원), 2023년 김기남 전 회장(퇴직금 129억 9000만원 포함, 172억 6500만원) 등 연봉킹 모두 퇴직자들이다.

전통 있는 회사의 장기 근속자들인 만큼 퇴직자가 연봉킹이 되는 게 당연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이전 5년의 기록을 보면 그렇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2014~2019년에는 반도체, 스마트폰 등 주력 사업을 이끄는 부문장들이 그해의 최고 보수를 받아 회사에서는 물론 전 업계에서도 연봉킹 자리를 차지했다. 2014년 연봉킹은 ‘갤럭시의 아버지’ 신종균 전 부회장(IM부문장)이었고, 삼성 반도체 ‘초격차’를 이끈 권오현 부회장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연봉킹을 휩쓸었다. 그해의 성과와 실적을 빛낸 이 회사 연봉킹 스타 CEO들은 이 밖에도 손에 꼽을 정도다.

‘반도체 슈퍼 호황’이 아니었을 때도 연봉킹은 퇴직 임원이 아니었다. 진대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회장은 2001년 삼성전자 사장 재직 당시 연봉 52억여원과 스톡옵션 14만주를 받았는데 장관으로 가면서 스톡옵션을 포기했지만 행사했다고 가정하고 환산하면 그해 보수가 120억원에 육박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당시 ‘미스터 반도체’로 통했던 그 역시 현직에서 장관으로 스카우트된 스타 CEO다.

팀 쿡, 젠슨 황 등 삼성전자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애플, 엔비디아 등 글로벌 기업에는 수백억원대 연봉킹 자리를 다투는 스타 CEO들이 포진해 있다. 파격 보상에 어울리는 스타 CEO가 실종된 지난 5년 이후 삼성전자 주가는 ‘4만전자’로 추락했고 아직도 ‘5만전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산 규모에서 게임이 안 되는 메리츠금융에 연봉킹과 주식부자 1위 자리를 내준 건 주주 입장에서도 뼈아픈 대목이다. 최고의 성과만 허락하되 몸값도 최고로 주겠다(No compromise, no bargain)는 메리츠의 성과주의 이전에 삼고초려로 선수들을 끌어모았던 삼성의 인재 제일주의가 있었다. 연봉킹 스타 CEO가 나올 때 ‘10만전자’도 가능하다.

주현진 디지털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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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현진 디지털금융부장
주현진 디지털금융부장
2025-04-0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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