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향숙/fish fish fish…
1990년 서울여대 공예학과 교수. 1997~1998년 서울여대 미술대학 학장. 현 서울여대 공예학과 명예교수.
신은 비에 빗소리를 꿰매느라 여름의 더위를 다 써버렸다. 실수로 떨어진 빗방울 하나를 구하기 위하여 안개가 바닥을 어슬렁거리는 아침이었다.
비가 새는 지붕이 있다면, 물은 마모된 돌일지도 모른다.
그 돌에게 나는 발자국 소리를 들려주었다.
어느날 하구에서 빗방울 하나를 주워들었다. 아무도 내 발자국 소리를 꺼내가지 않았다.
빗소리가 나는 것은 비에 빗소리를 꿰매는 신이 있기 때문이라는 첫 줄의 수일한 이미지 때문에 이 시가 단박에 마음에 와 꽂힌다. 안개가 떠도는 것은 실수로 떨어진 빗방울 하나를 구하기 위해서라는 안개와 빗방울 사이의 엉뚱한 인과론을 꺼낼 수 있는 자가 바로 시인이다. 아마 비가 새는 지붕이 있는 집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시인은 강 하구의 돌밭에 자주 나갔나 보다. 강가에서 아름다운 돌 몇 개를 주워 다 책상 위에 올려놓았을 테다. 심심한 날 그 돌에 귀를 갖다 대면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 “물은 마모된 돌”이니, 소년이 강가에서 주워 온 것을 무심코 빗방울이라고 썼는지도 모른다.
장석주 시인
2018-01-27 2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