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무도회/박인환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무도회/박인환

입력 2019-07-18 17:28
수정 2019-07-19 01:12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이미지 확대
김재학 / 봄
김재학 / 봄 90×45㎝, 캔버스에 유채, 2004
서양화가, 한국 수채화 공모전 대상
무도회 / 박인환

연기와 여자들 틈에 끼어

나는 무도회에 나갔다

 

밤이 새도록 나는 광란의 춤을 추었다

어떤 屍體를 안고

 

황제는 불안한 샹들리에와 함께 있었고

모든 물체는 회전하였다

 

눈을 뜨니 運河는 흘렀다

술보다 더욱 진한 피가 흘렀다

 

이 시간 전쟁은 나와 관련이 없다

광란된 의식과 불모의 육체…그리고

일방적인 대화로 충만된 나의 무도회

 

나는 더욱 밤 속에 가라앉아 간다

石膏의 여자를 힘있게 껴안고

 

새벽에 돌아오는 길 나는 내 전우가

전사한 통지를 받았다

6ㆍ25 동란 중에 쓰인 시. 시인은 무도회에서 밤새 춤을 추고 새벽녘에 전우의 사망 통지를 받는다. 외국인 병사들과 섞여 밤새 춤을 추지만 그 깊은 허무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함께 춤추는 아름다운 여인은 시체이며 석고일 뿐이다. 순정하고 평화로운 세상에 대한 꿈. 절실한 생의 바이블. 요즘 한국인들 보기 흉하다. 뜨거운 것이 무엇인지 진실한 것이 무엇인지…. 자신과 타인에 대한 삶의 예의는 사라지고 없다. 한국전쟁이 끝난 지 66년, 문득 포연 속의 그 시절이 그립다. 적어도 전쟁 속에서 몰려다니며 부동산 투기를 하고 위장 전출입을 하고 남의 논문을 카피하고 그 어떤 블랙코미디에서도 볼 수 없는 저질 정치인들을 보지 않아도 좋을 테니.
2019-07-19 3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당신은 하루에 SNS와 OTT에 얼마나 시간을 소비하는가
우리 국민의 평균 수면 시간이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줄었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의 비율도 크게 늘었다. 반면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의 이용자가 늘면서 미디어 이용 시간은 급증했다. 결국 SNS와 OTT를 때문에 평균수면시간도 줄었다는 분석이다. 당신은 하루에 SNS와 OTT에 얼마나 시간을 소비하는가?
1시간 미만
1시간~2시간
2시간 이상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