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설서도 ‘피폭자’ 의미 일본어 ‘히바쿠샤’ 사용
아베 ‘개헌가도 분수령’ 참의원 선거 앞두고 ‘날개’어쩌면 한 번의 포옹이 열마디 사죄보다 일본인들의 마음에는 더 다가갈런지 모를 일이었다.


피폭 와중에 그런 일을 하시다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일본의 2차대전 피폭지인 히로시마의 히로시마평화기념공원을 방문, 희생자 위령비에 헌화한 뒤 원폭 생존자 모리 시게아키(앞쪽)와 포옹하고 있다. 모리는 히로시마 원폭 당시 일본군에 포로로 잡혀 있다 사망한 미국 병사들에 관한 내용을 조사, 이를 미국의 유족들에게 전해준 인물이다. 2016-05-27 AFP=연합뉴스
모리 씨가 오바마 대통령과 대화하다가 감정에 겨운 듯 울음을 터트리려 하자 오바마가 그를 껴안는 사진이었다.
비록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17분간의 연설에서 ‘사죄’는 한 차례도 거론하지 않았지만 이 한번의 포옹이 주는 울림은 커 보였다. 두 나라가 적에서 동맹으로 바뀐 ‘역사’를 말해주는 한편 ‘밀월기’로 불리는 현재의 미일관계를 그대로 보여줬다.
그 뿐이 아니었다. 오바마는 연설에서 미일관계에 대해 ‘동맹’과 더불어 ‘우정’을 언급했고, 원폭 피해자를 의미하는 ‘히바쿠샤’(被爆者)를 일본어 발음 그대로 언급하며 일본인들의 감정에 다가갔다.
그는 “우리는 이런 이야기들을 ‘히바큐샤’에게서 본다”고 운을 뗀 뒤 “원폭을 떨어뜨린 항공기 파일럿을 용서한” 일본인 여성 피폭자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이 같은 일본인의 ‘용서’ 이야기는 돌려 말하기 좋아하는 일본인들에게 사죄를 받은 것과 유사한 정서적 효과를 일으킬 수 있었다.
여기에 더해 오바마는 히로시마 평화공원 행사에서 줄곧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서로 바로 옆에 붙어서 동행함으로써 미일동맹 강화를 중대 외교 업적으로 자랑하는 아베 총리의 ‘면’을 확실히 세워줬다.
결국 이번 오바마의 히로시마행은 중국의 대두와 아베 정권의 집단 자위권 용인을 계기로 더욱 견고해진 미일동맹의 현재를 보여준 상징적 이벤트로 평가될 전망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오바마의 행보는 아베의 개헌 가도에 중대 고비가 될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아베에 큰 ‘원군’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없지 않아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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