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리, 실언인가 의욕인가 ‘北 불가침’ 발언 미스터리

케리, 실언인가 의욕인가 ‘北 불가침’ 발언 미스터리

입력 2013-10-07 00:00
수정 2013-10-07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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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침략 의도 없다는 입장 재강조”… 美대사관 이례적 해명

‘실언인가, 대화 의지인가.’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의 지난 3일 ‘북한 비핵화 시 불가침 조약 체결’ 발언 배경에 대한 의문이 가시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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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케리 미 국무장관 AP=연합뉴스
존 케리 미 국무장관
AP=연합뉴스
주한 미국 대사관은 지난 4일 보도자료를 통해 “2005년 9·19 공동성명에서 미국은 북한을 침략할 의도가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면서 “케리 장관의 발언에는 새로울 게 없으며 미국의 오랜 정책을 다시 강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은 설득력이 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동성명에 “공격할 의도가 없다”고 쓰는 것과 ‘불가침 조약’을 체결하는 것은 외교적, 국제법적으로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2003년 6자 회담 개시 때부터 북한이 불가침 조약 체결을 줄기차게 요구했음에도 끝내 미국이 동의하지 않은 게 단적인 예다.

불가침 조약이라는 말 자체가 특별한 관심이 없으면 입에 붙이기 어려운 ‘전문용어’라는 점도 실언 가능성을 낮추는 대목이다. 더욱이 불가침 조약이라는 용어는 9·19 공동성명 이후 최근까지 별로 거론되지도 않았다. 또 미국은 역사적으로 다른 나라와 불가침 조약을 체결한 전례가 없기 때문에 미국 사람에게 이 용어는 생경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국무장관에 취임한 뒤 실무진으로부터 북핵 문제의 역사에 관해 브리핑을 받던 중 불가침 조약이라는 말에 주목했던 케리가 ‘핵을 이미 보유한’(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의 표현) 북한으로 하여금 핵을 포기하게 할 마지막 극약 처방으로 불가침 조약을 머릿속에 그린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5일(현지시간) “대통령의 꿈이 좌절된 케리 장관이 이란 핵이나 팔레스타인 문제, 북핵 문제 해결 등을 통해 노벨상을 꿈꾸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맞물려 케리 장관의 불가침 조약 발언에 대해 이례적으로 주한 미 대사관이 해명 자료를 낸 것을 놓고 대화파인 케리 장관과 백악관 강경파 간 불협화음설도 나돈다. 보통 장관 발언에 대한 해명은 국무부 대변인실을 통해 이뤄지는데 주한 미 대사관이 나선 것은 백악관 지시에 따른 조치로 해석될 여지가 없지 않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2013-10-07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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