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들의 ‘몸짓’…평양통일예술단을 아시나요

탈북자들의 ‘몸짓’…평양통일예술단을 아시나요

입력 2013-08-22 00:00
수정 2013-08-22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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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희 무용’ 등 북한 춤·노래 소개…1천회 공연 돌파

”내 고향을 떠나올 때 나의 어머니 문 앞에서 눈물 흘리며 잘 다녀오라 하시던 말씀 아 귀에 쟁쟁해”.

고향에 두고 온 가족 생각에 눈시울 붉어지는 모습을 기대하며 타향살이를 다룬 노래 ‘사향가’를 부탁했지만 눈물 대신 풍부한 표정을 담아 노래를 부르는 그녀들은 이미 탈북자라는 꼬리표를 뗀 예술인이었다.

22일 경기도 하남 가나안 농군학교에서 만난 ‘평양통일예술단’은 북한의 춤과 노래를 선보이는 탈북여성 11명으로 구성된 예술단체다.

2007년 설립된 뒤 한 달에 1~2회 공연에 그쳤지만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지금은 한 달에 20일가량 전국을 돌며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른다. 올해 초 1천회 공연까지 무사히 마쳤다.

재작년에는 하남시 홍보대사로 위촉됐고 정부로부터 사회적기업 인증도 받아 국가 지원을 받으면서 보다 안정적인 운영을 할 수 있게 됐다.

6년째 예술단을 이끌어 온 방분옥(59·여) 대표는 양강도 예술전문학교에서 성악을 전공하고 노동당에서 운영하는 ‘광산연합 예술선전대’에서 노래를 부르다가 1999년 ‘고난의 행군’ 때 남편을 잃고 탈북했다.

방 대표는 “시간이 지나면서 언어와 문화 차이가 벌어지는 남과 북을 노래와 춤으로 잇고 탈북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예술단을 만든 이유를 설명했다.

2009년부터 단장을 맡고있는 A(36·여)씨는 9년제인 평양음악무용대학을 졸업했다. 대학에서 배운 월북 무용가 최승희의 무용을 예술단을 통해 한국에 알리고 있다.

A 단장은 “국가 도움을 받게 돼 다행이지만 우리의 춤과 노래로 관객들과 의사소통하는 당당한 예술인으로 자립하는 것이 목표”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예술단은 탈북자 가운데 예술을 전공했거나 예술에 적합한 몸이나 목소리를 가진 사람을 식구로 맞고 있다.

가장 최근인 올해 초 합류한 B(30·여)씨는 유치원과 우리의 초등학교에 해당하는 인민학교에서 무용반에 속해 북한의 민속 무용을 배웠다.

B씨는 이후 형편이 어려워 학업을 관두고 장사에 나섰다가 보위부 검열에 걸려 오지로 내몰린 뒤 지난해 2월 탈북을 시도했지만 중국에서 붙잡혀 강제 송환됐다.

중국에 돈 벌러 가는 줄 알고 따라나섰다고 거짓말을 해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모진 고문과 폭행을 당해 한쪽 귀가 들리지 않는 B씨는 지난해 10월 재탈북을 시도, 결국 두만강을 건너 한국에 들어왔다.

B씨는 “자유로운 한국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어 행복하지만 훗날 북한에 남은 어머니와 언니를 다시 볼 수 있도록 예술인으로 꼭 성공하겠다”며 미소 지었다.

평양통일예술단의 공연은 매 주말 안성남사당공연장에서 볼 수 있다. 주중 공연은 예술단 홈페이지(www.ptart.co.kr)를 통해 문의하면 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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