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서울기록관 민간 기증물 전시
“지금 솔베이지의 노래가 흘러 나오고 있어요. 가끔 들을 때마다 항상 가슴에 맺혀 오는 건 가슴 뭉클한 어떤 것. 언니를, 언니의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는 건지 하는 바람이 모두 무너지는 게 아련한 슬픔이 아니고 괴로움이라고요.”
국가기록원 제공
1954~55년 주한 미군이 수도 서울의 풍경을 담은 사진 가운데 과일 장터,
국가기록원 제공
국가기록원 제공

국가기록원 제공
허름한 차림으로 널뛰기를 하는 아이들은 궁핍했던 당시 우리나라의 생활상을 말해 준다.
국가기록원 제공
국가기록원 제공

국가기록원 제공
한 기록물 기증자가 충남 서산초등학교를 다니며 광복을 맞이한 1학년부터 6·25전쟁 첫해인 6학년까지 받은 통신문을 통해 교과목과 학기제 변천사를 엿보게 한다.
국가기록원 제공
국가기록원 제공

국가기록원 제공
1970년대 초등학교 교사가 기증한 농장 현장실습 모습④은 정부에서 식량증산과 산림녹화를 국정의 최고 가치로 내걸고 국민을 동원했던 시대상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국가기록원 제공
국가기록원 제공
1973년 한 여인은 독일로 건너간 피붙이에게 이런 편지를 보냈다. 낯선 나라에서 떨어져 살아가는 뼈아픈 선택에 대한 안타까움을 솔직하게 풀어냈다. 언니는 당시 간호사로 독일에 건너간 뒤 아예 정착해 살고 있다. 1960~70년대 우리 국민 중엔 벌이를 위해 간호사 자격증을 따 독일로 둥지를 옮긴 이들이 숱했다. 그립다 못해 괴로움을 곱씹은 동생은 “다음주 가족끼리 모인다”며 “(가족들이) 언니를 대하는 태도, 표현하는 방식에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을 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보통 국민’의 삶을 보여주는 전시회가 22일 경기 성남시 수정구 시흥동 서울기록관에서 열린다. 광복 70주년을 기념해서다. 2007년부터 기획 수집과 기증 캠페인을 통해 90여명의 개인 및 단체로부터 건네받은 기록물 22만여점 가운데 270여점을 추렸다. 사회, 문화, 교육, 국방 등 각 분야에서 엄선했다. 앞에 소개한 편지는 지난해 말 독일 교포에게서 직접 기증 받은 것이다.
어떤 기증자는 아이들을 키우는 과정과 집안 대소사 등 60년 가까운 잔잔한 얘기를 일기에 녹였다. 1946년 일기장엔 “양념이 모자라 다시 장만하느라 이틀에 걸쳐 김장을 했다. 하도 남쪽으로 내려와 북(北)과는 다른 기후 탓에 잘 쉬어진다니 어벙벙하다”고 썼다. 또 1947년 어느 날엔 “딸의 머리칼이 거무스레 나온다. 다리가 통통해진다. 키가 크려나 보다”라고 엄마의 마음을 적었다.
전시회엔 금연운동에 힘쓴 박재갑(67) 국립암센터 초대 원장의 일지, 6·25전쟁 때 내무부(현 행정자치부) 치안국 태백산지구 경찰전투사령부에서 치열했던 전황을 그린 ‘태백전사’, 1950년대 온 국민을 울렸던 라디오 최초의 연속극 ‘청실홍실’, 시청자들을 웃음바다에 빠뜨린 텔레비전 희극 ‘웃으면 복이 와요’의 방송 대본, 근로자에게 보낸 최고경영자(CEO)의 감사 편지를 곁들인 누런 월급봉투, 1950년대 초등학교 1~6학년 통신문, 1970년대 ‘근면·자조·협동’이란 새마을운동 슬로건 아래 어촌회관 및 복지회관을 정비하고 있는 전남 영광군 두우리 마을의 모습 등도 소개된다. 1975~77년 강원 원주극장 상영일지도 우리나라 근대화 시기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자료다.
전시회는 1년간 이어진다. 이날 오전 11시~오후 1시 열리는 기념식엔 기증자 8명이 참석한다.
송한수 기자 onekor@seoul.co.kr
2015-10-22 2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