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기 추도식 참석…유족 “보고서 강우량 조작”
박원순 서울시장이 2011년 7월 발생한 우면산 산사태 희생자의 유족들을 따로 초청해 진상 규명에 대한 의견을 듣겠다고 26일 약속했다.박 시장은 이날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2주기 추도식에 참석, 유족들을 만나 이같이 밝혔다.서울시는 서울연구원에 의뢰해 우면산 산사태 원인을 2차 조사했으나 인재(人災)보다는 천재(天災)에 가깝다고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되자 유족들의 반발이 거세 발표를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유족 대표 임방춘씨는 “보고서는 사고 당일 오전 9시까지의 강수량을 합산했는데 블랙박스와 가족 간 통화 내용을 고려하면 8시 20분까지 계산해야 한다”며 “강우량이 조작됐는데 시는 보고서 수정을 전혀 못하겠다고 한다”고 항의했다.
이에 박 시장은 “보고서를 작성할 때 한쪽 의견에 압력을 가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는데 결과가 유족들이 만족하지 못하게 나온 것 같다”고 답했다.
임씨는 “박 시장의 선한 의지는 아는데 국·과장으로 내려가면 퇴색된다”며 “천재로 규정하면 공무원 문책과 보상을 안 해도 되지만 가족들 죽음의 의미를 살리는 길은 진실을 규명하는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2년째 미완의 상태에서 추도를 하는 건 고인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조만간 유족들을 모시고 이야기를 듣겠다”며 “보고서 본문에 다른 의견도 넣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추도식에는 유가족 15명과 서울시 관계자 15명이 참석했다.
임씨는 추도사에서 “유족 중 남편을 잃은 김일영씨는 스트레스로 추도식 전날인 어제 뇌경색으로 쓰러져 중환자실에 있다. 생업과 건강 문제로 다들 힘들다”며 “이 문제의 중심에 서울시가 있다는 것을 분명히 기억해 달라”고 당부했다.
유족들은 자체적으로 만든 우면산 산사태 관련 동영상을 보고 헌화한 뒤 박세환 목사의 집도로 예배를 보는 것으로 추도식을 마무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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