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시 청문회법에 깨진 ‘협치’

상시 청문회법에 깨진 ‘협치’

장세훈 기자
입력 2016-05-27 23:06
수정 2016-05-28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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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순방 중 전격 거부권

정부 “국회가 행정부 통제 위헌”
野 “20대서 재의결” 강력 반발
與 “법안 자동 폐기” 정국 급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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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서 발표
아프리카서 발표 박근혜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을 수행 중인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이 27일(현지시간)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 마련된 브리핑룸에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 요구와 관련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아디스아바바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해외 순방 중임에도 ‘상시 청문회법’(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라는 초강수를 꺼내 들었다. 야당이 일제히 반발하며 정국이 급속도로 얼어붙을 것으로 우려된다. 20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여·야·정이 동시에 외친 협치(協治)도 당분간 ‘헛구호’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는 이날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의결했다. 정부는 재의 요구 이유로 ▲헌법에 근거가 없는 새로운 통제 수단 ▲헌법이 국회에 부여한 국정조사제도 부실화 초래 ▲행정부의 업무 차질 및 기업의 과중한 부담 우려 등을 제시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지난해 6월 25일 정부 시행령에 대한 국회의 수정 권한을 강화한 국회법 개정안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재의요구안은 에티오피아를 국빈 방문 중인 박 대통령이 전자결재를 통해 재가한 뒤 이날 오후 국회에 공식 접수됐다. 재의요구안은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 출석의원 3분의2 이상이 찬성하면 법률로 확정된다. 새누리당은 19대 국회 임기 종료(5월 29일) 때까지 재의결하지 못할 경우 자동 폐기된다는 입장이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20대 국회에서 재의결을 추진하겠다며 공동 대응에 나섰다. 지난 13일 박 대통령과 여야 3당 원내지도부와의 청와대 회동을 계기로 무르익는 듯했던 협치 분위기는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논란이 빚어진 데 이어 상시 청문회법을 둘러싼 갈등까지 표면화되면서 ‘된서리’를 맞게 됐다.

더민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협치가 과연 잘 이뤄질 것인가 좀 걱정”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여야가 앞세우는 정책 과제들도 대치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여당은 20대 국회 ‘1호 발의 법안’으로 노동개혁 관련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규제프리존특별법, 사이버테러방지법 등을 꼽고 있다. 이는 야당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19대 국회 처리가 무산된 법안들이다. 반대로 야당은 법인세율 인상을 검토하고 있지만 여당은 경제에 대한 악영향을 이유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어 20대 국회 초반부터 여야 간 극한 대립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2016-05-2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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