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8사단 취사병 우승한 병장, 후임병 위한 매뉴얼 만들어
“군 식당에서 부대찌개를 끓일 때는 재료를 넣을 때마다 불 조절을 잘해야 하며 소시지와 햄은 너무 오래 삶으면 터질 수 있으므로 중간쯤에 넣어야 한다.”말년 취사병인 우승한(23) 병장이 군 식당 요리의 노하우를 담은 책 ‘신입 취사병 길라잡이’를 만들었다.

2016. 05. 13 [ 육군 제공 ]
후임병을 위해 100페이지가 넘는 ‘취사병 길라잡이’를 펴낸 제8기계화보병사단 정보통신대대 우승한 병장이 음식을 준비하고 있다.
우 병장은 이미 군에 ‘표준 조리지침서’가 있지만, 군대요리는 조리의 양이 많기 때문에 나름대로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것에 착안하여 상병 때부터 길라잡이를 작성했다.
2016. 05. 13 [ 육군 제공 ]
2016. 05. 13 [ 육군 제공 ]
우 병장이 신입 취사병 길라잡이를 쓰기 시작한 것은 상병 시절인 지난해 10월이다.
군에는 취사병을 위한 ‘표준 조리 지침서’가 있지만, 취사병으로 근무하는 동안 익힌 자기만의 ‘비법’을 후임병들에게 전수해주고 싶은 마음에서 집필에 착수했다.
우 병장은 지난 3월 완성한 신입 취사병 길라잡이에서 메뉴별로 맛을 내는 방법을 세세히 기록했다.
예를 들어 오징어무국에 관해서는 “오징어무국을 끓일 때는 오징어를 넣은 다음 국을 자주 저어야 한다. 군 식당에서는 많은 양의 국을 끓이기 때문에 오징어가 솥 바닥에 가라앉아 눌어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조언했다.
우 병장의 신입 취사병 길라잡이에는 메뉴별 조리법뿐 아니라 위생관리, 식자재 수령·관리, 폐식용유 반납 등 취사병의 모든 업무를 처리하는 방법이 담겼다.
우 병장이 신입 취사병 길라잡이로 후임병을 교육한다는 사실은 입소문을 타고 사단 사령부까지 전파됐다. 사단 사령부는 신입 취사병 길라잡이를 책자로 만들어 예하 부대 식당에서 활용하도록 했다.
이 책자는 신입 취사병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우 병장의 후임병인 서병수(23) 일병은 “처음 부대에 전입했을 때는 음식 만들기가 겁이 났다”며 “우 병장의 신입 취사병 길라잡이를 보고 조리법을 하나씩 익히며 자신감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대대장인 구원교 중령은 “병사가 자유 시간을 쪼개 후임병을 위한 책을 펴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우 병장은 워낙 성실하고 임무에 충실해 사회에 나가서도 성공할 것”이라고 칭찬했다.
우 병장은 호텔 주방장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어릴 적부터 요리사의 꿈을 키워왔다. 영남대 식품영양학과를 다니다가 입대한 그는 이달 말 전역한 다음 대구에서 식당을 차릴 계획이다.
우 병장은 “내가 만든 음식을 전우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볼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며 “군대 음식은 맛이 없다고들 하지만 취사병의 정성을 담으면 어머니의 손맛을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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