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연전’ 헌혈증 50장, 위독한 산모 살렸다

‘고연전’ 헌혈증 50장, 위독한 산모 살렸다

입력 2010-09-30 00:00
수정 2010-09-30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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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생들이 축제기간 사랑을 나누고자 기증한 헌혈증 50장이 병원에서 사투를 벌이던 산모에게 전해져 위험한 고비를 무사히 넘긴 사연이 뒤늦게 알려졌다.

30일 고려대에 따르면 이 학교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박지홍(23)씨는 추석 연휴 첫날인 지난 21일 출산하려고 지방의 한 종합병원에 간 막내 누나가 출혈이 심해 위험하다는 말을 듣고 발을 동동 굴렀다.

경북 안동의 한 병원 분만실에 있던 박씨 누나는 아기를 낳고서 자궁이 수축하지 않는 자궁 근육무력증으로 생명이 위독한 상태였다.

의료진은 혈관에 수축약을 투여하는 조처를 했으나 박씨 누나는 8시간가량 피를 흘리며 버티느라 400㎖ 분량의 혈액 팩 50개(20ℓ)를 수혈받아야 했다.

이는 50명이 헌혈해야 모을 수 있는 혈액량으로 몸속의 피를 다 바꾸는 ‘교환수혈’을 하고도 남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다.

경황이 없는 와중에 수술을 마친 박씨 누나는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박씨는 헌혈증 50장을 구해 제출하거나 수혈비용으로 갑자기 목돈을 마련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고민하던 박씨는 지난 24일 고려대 장애학생지원센터에 들러 학교 홈페이지에 도움을 요청하는 글을 쓰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원센터에 들른 김한겸 고려대 학생처장이 우연히 이 소식을 전해듣고는 곧바로 지난 축제기간 ‘헌혈 고연전’에서 고대생이 기증한 258장의 헌혈증을 떠올렸다.

고대 총학생회와 사회봉사단은 이처럼 학기 중 헌혈 행사를 지속적으로 펼쳐 온 덕분에 헌혈증을 556장이나 갖고 있었던 것이다.

고대는 긴급회의를 거쳐 소아암 병동 등에 기부하려던 헌혈증 일부를 사정이 급한 박씨에게 건네기로 했다.

박씨 가족은 이렇게 구한 50장의 헌혈증을 병원에 낼 수 있었다. 박씨 누나는 두 달 더 병원 신세를 져야 하지만 경과가 좋아 얼마 전 일반병실로 옮겼다.

지난 24일 박씨는 고대생 온라인 커뮤니티인 ‘고파스’ 게시판에 동료 학생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글을 올렸다.

박씨는 “누나가 출산을 해봐야만 알 수 있다는 자궁 근육무력증이 있는 걸 뒤늦게 알았고 수술하느라 수혈을 많이 받아야 했다. 온 집안이 누나 걱정이었고 이곳저곳에 도움을 요청했는데 학교에서 도와줘 감동했다”고 썼다.

그는 “혈액을 나눠 주셔서 누님이 살 수 있었다. 여러분이 나눈 피로, 빨간 나눔으로 참 행복했다”며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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