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 농장주, 여주방문 확인…수의사·분뇨차량 통제 ‘구멍’
충주가 뚫리면서 이번 구제역은 전국 확산 단계로 접어들었다. 문제는 같은 실수가 되풀이된다는 점이다. 구제역 확산과정에서 수의사나 분뇨·사료차량 등이 바이러스의 매개체 역할을 하는 문제점이 고스란히 되풀이되고 있다는 것이다.올 1월 포천 구제역에서 최초 발생지인 포천 신북면 농장을 진료하기 위해 방문했던 수의사가 결과적으로 주위 농장에 바이러스를 옮긴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말에는 이번 구제역의 최초발생지인 경북 안동면 와룡면 서현축산단지를 방문한 수의사가 충남 보령 돼지농가를 드나든 것으로 확인되면서 돼지 2만 5000마리가 살처분됐다.
28일 양성판정이 나온 충북 충주도 비슷한 상황이다. 방역당국은 충주 앙성면 중전리 저전마을 한우 농가를 예찰하던 중 의심증세를 발견했다. 농장 주인은 젖소 전문 수의사로 당국의 조사결과 구제역 확진 판정 이전에 여주군 가남면 일대를 20일 전후 수차례 드나든 것으로 나타났다. 의심증상이 나타나자 당국은 이 농장에서 키우던 소 258마리를 살처분했지만, 시료에서 양성이 나왔다.
수의사나 농장 컨설턴트, 분뇨·톱밥·사료차량 등에 의해 구제역이 전파되는 악몽이 되풀이되는 상황은 잠복기가 최대 2주에 달하는 구제역의 속성상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농장 출입기록이라도 철저히 남긴다면 사후 역학관계를 추적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지금은 당사자들의 진술에 의존해야 하는 탓에 기껏 역학관계를 확인하고 나면 이미 또 다른 곳으로 퍼졌을 가능성이 높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2010-12-29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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