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의대 출신인데’ 시중은행 2곳서 5억 불법대출
명문대 의대 출신 의사인 척하며 진짜 의사와 은행원들을 속여 거액의 대출을 받은 ‘간 큰’ 20대가 철창신세를 지게 됐다.서울 강동경찰서는 의사로 신분을 속여 시중은행에서 수억원을 대출받은 혐의(공문서위조 등)로 이모(29·무직)씨를 구속했다고 2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위조업자에게 돈을 주고 만든 가짜 의사면허증을 이용해 2011년 11월과 올해 2월 두 차례에 걸쳐 시중은행 두 곳에서 총 5억원을 대출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2011년 범행 때 위조된 의사면허증으로 서울 강남의 한 건강검진 전문 개인병원에서 입사 면접을 봤으며 병원 측은 가짜 면허증과 서울대 의대 졸업생이라는 이씨의 말만 믿고 실무경험을 쌓고 싶다는 이씨를 건강검진에 참관시켰다.
병원을 제 집처럼 드나들 수 있게 된 이씨는 병원 사업자등록번호 등을 알아내 재직증명서를 위조, 한 시중은행에서 2억원을 대출받았다.
이 은행은 사건이 불거지자 뒤늦게 대출 시 신분의 진위를 확인하도록 지침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대출이라는 목적을 달성한 이씨는 병원에 취업하는 대신 2억원으로 서울 강남에 일식 선술집을 차렸다가 사업에 실패하자 지난 2월 범행을 재개했다.
이씨는 채무 문제로 병원을 열 처지가 못 되는 진짜 의사에게 매월 500만원을 받는 조건으로 의사면허증을 빌려줘 자신의 명의로 서울 영등포구에 병원을 차리도록 하고 이 병원의 사업자등록증을 이용해 또 다른 은행에서 3억원을 대출받았다.
이씨는 대출 과정에서 은행원을 병원으로 불러 원장 행세를 하는 대담함을 보이기도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하지만 이 병원은 보건소가 의사면허번호와 주민등록번호가 일치하지 않는다며 개원 신청을 반려해 문을 열지도 못했다. 이씨에게 속은 진짜 의사는 병원을 차리는 데 들어간 돈 수억원을 손해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의 범행은 금융감독원이 시중은행을 상대로 한 일제 감사에서 사기 대출 정황을 포착하면서 꼬리가 밟혔다.
경찰 조사에서 이씨는 “3억원은 빚을 갚는데 썼다”고 진술했다.
의사와 은행을 감쪽같이 속인 이씨의 최종 학력은 고졸이었다. 졸업 후 아르바이트 일을 하면서 지내왔으며 사기와 공문서위조 등 전과 7범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은행 대출 과정에서 브로커 등의 공모가 있었는지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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