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실·국토부에 520d·120d ‘스트레스 테스트’ 요청
BMW 피해자 모임과 불탄 BMW 520d 차주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는 하종선 변호사가 16일 서울 강남구 법무법인 바른에서 국무총리와 국토교통부장관에게 BMW 차량의 ‘스트레스 테스트,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에 화재 원인 분석 의뢰’ 등 5개항의 요청 사항을 발표하고 있다. 2018.8.16
박지환기자 popocar@seoul.co.kr
박지환기자 popocar@seoul.co.kr
‘BMW 피해자 모임’과 이들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바른 하종선 변호사는 16일 오전 서울 강남구 법무법인 바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우선 “자동차 주행 시험장(Test Track)에서 ‘화재가 발생할 때까지’ BMW 520d를 에어컨을 켠 채로 지속해서 고속주행하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하라”고 요청했다.
엔진룸 등 차량 내부 곳곳에 열감지 적외선 카메라 등을 설치한 다음, 시속 120㎞ 이상 고속으로 주행하다 화재가 발생하면 그 즉시 화재를 진화하고 차량을 분석하자는 요구다.
이들은 또한 “시동을 건 BMW 120d를 주차해놓은 채 에어컨을 가장 강한 강도로 계속 가동하는 시뮬레이션 테스트를 실시하라”고 요청했다.
이는 지난 12일 인천의 한 자동차운전학원 앞에서 시동을 걸고 에어컨을 켠 채 대기 중이던 BMW 120d에서 갑자기 불이 났고, 화재 발생 부위가 엔진룸이 아닌 실내 사물함(글러브 박스)으로 밝혀진 데 따른 진상 규명 요구다.
피해자 모임은 “120d 화재는 BMW 화재 원인이 EGR 모듈이 아닌 다른 데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면서 “미국과 영국에서 BMW 화재 원인이 전기배선 결함 및 전기적 과부하로 판명돼 대규모 리콜이 실시된 전례가 있으므로, 우리도 시뮬레이션 테스트로 화재 발생 부위와 원인을 확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이들은 “화재 원인 불명으로 판명된 BMW 1대를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에 보내 화재 원인 분석을 정부가 공식적으로 의뢰하라”고 요구했다.
사고 원인 규명 분야에서 미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공신력이 있는 NTSB에 국내 BMW 차량 화재 원인을 분석 의뢰하자는 요구다. 피해자 모임 측은 NTSB에 보낼 차로 BMW 코리아 측에서 ‘화재 원인 불명’으로 결론 내렸던 고소인 대표 이광덕 씨의 차를 지목했다.
아울러 피해자 모임은 유럽에서 520d 중고차를 구입해 유럽 차에 장착된 EGR 모듈과 국내 판매 차에 장착된 EGR 모델이 동일한 업체에서 생산된 동일한 부품인지 확인할 것, 국토부가 연말까지 시행하겠다고 예고한 화재 원인 규명 시험의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즉시 투명하게 공개할 것 등을 요구했다.
고소인 대표 이광덕 씨는 “BMW 피해자 모임 회원들은 차량 화재로 인해 막대한 재산적·정신적 피해를 보고 있다”면서 “국토부는 피해자뿐 아니라 온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화재 원인을 규명하라”고 촉구했다.
피해자 모임은 이날 요구한 다섯 가지 사항의 수용 여부를 이달 22일까지 회신해 달라고 국무총리실과 국토부에 요구했다.
한편 피해자 모임 측은 이날 “국토부가 연말까지 화재 원인을 규명하겠다고 한 상황에서 ‘소프트웨어 검증’은 선택과 집중 관점에서 불필요해 보인다”고 의견을 냈다.
BMW가 환경 기준을 맞추기 위해 소프트웨어를 조작했을 가능성보다는 질소산화물 저감을 위해 EGR는 많이 가동되도록 설계해놓고 EGR 쿨러나 밸브는 그 정도에 미치지 못했을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는 게 피해자 모임 측 주장이다.
이어 이들은 “국토부가 민관합동 조사팀을 가동하는 방안을 발표했는데, 국토부는 2012년 자동차 급발진 문제에 대해서도 민관합동 조사단을 꾸렸다가 원인을 제대로 밝히지 못한 바 있다”면서 “민관합동 조사팀의 결론은 국토부의 조사 결과와 별도로 참고사항일 뿐이어야 한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피해자 모임은 BMW 본사의 하랄트 크뤼거 회장과 홍보담당 임원 요헨 프라이, BMW 코리아 임원 1명을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로 17일 경찰에 추가 고소할 예정이다.
차량 화재 피해자 2명과 화재 미발생 차주 600여명, 2017년식 이후 모델 차주 등은 법원에 추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낼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