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뵙고 싶었는데…” 교황 선종에 눈물 터뜨린 위안부 피해 할머니

“다시 뵙고 싶었는데…” 교황 선종에 눈물 터뜨린 위안부 피해 할머니

민경석 기자
민경석 기자
입력 2025-04-23 18:25
수정 2025-04-23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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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2014년 방한, 위안부 할머니 위로
이용수 할머니 “교황님 뵀을 때 세상에서 가장 행복”
교황 애도하며 “천국에서도 우릴 보살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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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96)할머니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 소식을 듣고 “말도 못하게 슬프다”며 “우리 문제를 천국에서도 많이 도와달라고 기도했다”고 말했다. 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 시민모임 제공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96)할머니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 소식을 듣고 “말도 못하게 슬프다”며 “우리 문제를 천국에서도 많이 도와달라고 기도했다”고 말했다. 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 시민모임 제공


“교황님을 다시 뵐 수 있을 줄 알았는데…말도 못 하게 슬퍼요.”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96) 할머니는 눈시울을 붉혔다. 이 할머니는 11년 전 교황과의 만남을 ‘가장 행복했던 순간’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생전 위안부 문제 등 한국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쏟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할머니는 23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며칠 전 외출 이후 집에 들어오는 길에 교황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눈물이 쏟아졌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비비안느’라는 세례명의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이 할머니는 2014년 8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했을 때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교황 집전으로 열린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 참석한 바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당시 이 할머니 등과 만난 뒤 “한국 민족은 침략을 겪고 모욕을 당했지만 인간적인 존엄을 잃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 할머니는 교황을 만난 지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어제 일처럼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미사포와 ‘일왕은 사죄하라’고 적힌 명함을 들고 가서 교황님을 뵀다”며 “교황님께 묵주를 선물 받았는데, 그때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된 것 같았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그때 받은 묵주를 간직하면서 (교황이) 돌아가시기 전에 한 번 더 꼭 만나 뵙길 바랐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 할머니는 교황의 명복을 빌기도 했다. 그는 “영원히 변치 않는 하늘나라로 가신 만큼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셨으면 좋겠고, 모든 사람을 잘되게 도와주셨으면 좋겠다”며 “또 우리나라 대통령들도 해결하지 못하는 우리(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천국에서도 많이 도와달라고 기도했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새롭게 선출될 차기 교황도 위안부 문제 등 인권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는 소망도 밝혔다. 이 할머니는 “건강이 조금 회복돼 활동을 지속해서 이어 나갈 계획”이라며 “새로운 교황님도 우리 문제에 관심을 갖고 한국에 오셨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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