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 광산 생환 작업반장, “고립 속에서 베테랑 기질 발휘했다”

봉화 광산 생환 작업반장, “고립 속에서 베테랑 기질 발휘했다”

김상화 기자
김상화 기자
입력 2022-11-05 05:50
수정 2022-11-05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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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11시쯤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매몰 사고 현장에서 구출된 작업자(가운데)가 구조대의 부축을 받으며 갱도에서 걸어 나오고 있다. 구조된 작업자 2명은 모두 비교적 건강한 상태로 안동병원으로 이송됐다. 경북소방본부 제공
4일 오후 11시쯤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매몰 사고 현장에서 구출된 작업자(가운데)가 구조대의 부축을 받으며 갱도에서 걸어 나오고 있다. 구조된 작업자 2명은 모두 비교적 건강한 상태로 안동병원으로 이송됐다. 경북소방본부 제공
경북 봉화군 아연 채굴 광산에서 기적적으로 두 광부가 생환한 가운데 고립됐던 작업반장 박씨(62)는 악조건 속에서도 20년 이상 경력의 베테랑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5일 작업반장 박씨의 가족들에 따르면 그는 고립됐을 동안 이 광산으로 온 지 4일 밖에 안된 보조 작업자 박씨(56)와 갱도 내 폐쇄 지점을 괭이로 약 10m 가량을 파냈다. 사랑하는 가족 곁으로 한시라도 빨리 돌아가기 위한 필사의 노력이었다.

일은 작업반장인 박씨가 주도했고 이 광산으로 온 지 4일 밖에 안된 보조 작업자 박씨가 도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막힌 지점을 파 내려가며 전력을 아끼기 위해, 서로 번갈아 가며 헤드랜턴을 켰다.

파 내려간 폐쇄 구역 반대편에서는 구조 당국이 쇼벨(굴삭기) 등으로 진입로를 확보 중이었다.

구출 당일인 4일 오후 3시쯤에는 낙석 제거 중 소규모 막장 붕괴가 발생했던 곳이다.

구조 당국은 이날 오후 4시 브리핑에서는 폐쇄 지점이 약 24m가량 남았다고 밝힌 바 있다.

구조대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오후 10시쯤 폐쇄 지점이 완전히 뚫렸다.

갱도 내 개통을 확인하자마자 두 광부의 동료 광부가 달려가 비닐과 마른 나무로 천막을 친 이들을 발견했다.

광부들은 갱도 내에서 서로 껴안고 울었다고 가족은 전했다.

또 다른 동료 광부는 취재진에 “막장 안에서도 살려고 끊임없이 움직였다고 한다”며 “바깥으로 빠져나오려고 (갱도) 안에서 갖은 연장으로 시도를 하고, 나름대로 보수를 하면서 버텼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오후 11시 3분쯤 구조 당국의 부축을 받으며 두 발로 지상에 걸어 나왔다. 사고 발생 221시간 만이다.

갱도 안에서 시간 감이 없었던 탓에 작업반장 박씨는 아내에게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이 왔냐”며 “3일밖에 안 지났는데”라고 말했다고 한다.

구급차에 오르며 보조 작업자 박씨는 구급대원에게 “미역국과 콜라가 먹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동 병원으로 이송된 이들은 응급실에서 건강 상태를 진단받은 뒤 일반실에 입원했다.

갑자기 들어오는 불빛에 시력을 보호하기 위해 두 눈은 붕대로 감았다.

사고는 지난달 26일 오후 6시경 해당 광산 제 1수직갱도 아래 30여m 지점 폐갱도에 채워져 있던 모래와 흙 약 900t 밑으로 쏟아지며 발생했다.

제1 수직갱도에서 모래와 흙 900t이 쏟아져 내렸고, 지하 190m 지점에서 작업하던 반장 박씨와 보조 작업자 박씨가 고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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