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친박계(친 박근혜 계열) 정치인들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줬다는 폭로와 메모를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홍준표 경남도지사에게 검은 자금을 준 정황을 뒷받침하는 성 전 회장의 육성이 처음 공개됐다.
검찰은 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현용선) 심리로 열린 홍 지사 사건의 속행 공판에서 성 전 회장이 2015년 3월 말 한장섭 전 경남기업 재무본부장 등과 검찰 수사 대응방안을 논의하는 내용의 녹음 파일을 재생했다. 파일은 한 전 본부장이 녹취했다.
여기서 성 회장은 검찰에 탄로 난 경남기업 비자금의 용처에 대해 임원들과 말을 맞추며 “윤승모에게 1억원을 준 것은 2011년 얘기”라고 언급했다. 검찰은 이 발언이 4월 초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일기 전 시점에 홍 지사와 관련해 성씨가 남긴 유일한 진술 증거로 보고 있다. 성 회장이 언급한 ‘윤승모’는 당시 경남기업 부사장으로, 홍 지사에게 돈을 전달한 것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재판부는 녹음 파일을 다 들은 뒤 증거로 채택했다. 일단 증거로서 검토할 만한 ‘증거능력’은 갖췄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가 이 녹음 파일이 사실 인정에 실질적인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면 ‘증명력’까지 인정해 유죄 입증의 자료로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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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경남도지사. 서울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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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경남도지사. 서울신문 DB
형사소송법에는 사실 인정은 증거에 의해야 하며,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고 돼 있다.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의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날 증인으로 나온 한 전 본부장은 2011년 성 전 회장의 지시로 경남기업 회장 비서실 응접실에서 윤 전 부사장에게 1억원이 든 쇼핑백을 건넸다고 진술했다.
그는 성 전 회장이 평소 비자금 2000만원 이상을 조성해 수백만 원에서 1억~2억 원씩 다른 사람에게 전달했으며, 1000만∼2000만원 정도는 편지봉투에, 5000만원 이상은 규모에 맞는 과자 상자 등에 포장했다고 말했다.
홍 지사는 2011년 6월 중하순 자신의 국회 의원회관 집무실에서 성 전 회장의 지시를 받은 윤 전 부사장을 만나 쇼핑백에 든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지난해 7월 불구속 기소됐다.
한편 지난해 4월 9일 오전 북한산 형제봉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성 전 회장의 상의 주머니에서는 박 대통령 측근 정치인 등이 포함된 정치인 명단과 돈의 액수 등이 적힌 메모지가 나오면서 ‘성완종 리스트’ 수사가 촉발됐다. 이 메모지에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10만달러, 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 7억원, 홍문종 전 새누리당 사무총장 2억원, 부산시장(이후 서병수 시장으로 지목) 2억원, 유정복 인천시장 3억원, 홍준표 경남도지사 1억원 등이 적혀 있었고 이완구 당시 국무총리와 이병기 현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름만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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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전 회장 메모. 조선일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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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전 회장 메모. 조선일보 제공
하지만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이 총리는 성 전 회장으로부터 불법정치자금 3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고, 총리직에서 사퇴한 이 전 총리는 지난 1월 유죄로 인정되면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당시 검찰은 홍 지사와 이 전 총리만 기소하고 리스트 속 나머지 정치인 6명은 무혐의 처분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1심 법원이 이 전 총리에게 유죄를 선고하자 친박 핵심 인사 6명에 대한 재수사를 촉구하며 고발장을 냈다. 이에 서울중앙지검은 형사1부(부장 심우정)에 해당 사건을 배당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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