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명 집단 성폭행’ 밝힌 경찰 3년 6개월간 피해자 보듬어

‘22명 집단 성폭행’ 밝힌 경찰 3년 6개월간 피해자 보듬어

입력 2016-07-01 00:50
수정 2016-07-01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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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수 경위 1계급 특진 “여중생들 상처에서 벗어나길”

“사건이 마무리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피해자들이 회복되는 것이 더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 5년간 어두운 터널을 어렵게 헤쳐 나온 피해자들이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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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5년 전 성폭력 사건을 해결해 1계급 특진한 김장수(오른쪽) 경위에게 이상원 서울경찰청장이 새 계급장을 달아주며 격려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제공
30일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5년 전 성폭력 사건을 해결해 1계급 특진한 김장수(오른쪽) 경위에게 이상원 서울경찰청장이 새 계급장을 달아주며 격려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제공
여중생 2명을 집단 성폭행한 피의자 22명을 검거한 김장수(45) 경사는 사건을 해결한 공로로 1계급 특진해 30일 경위 계급장을 달았다. 2012년 8월 도봉경찰서 형사과 소속이던 김 경위는 다른 성폭행 사건을 수사하고 있었다.

“피의자의 주변인을 조사하는데 피의자가 2011년 9월에도 집단 성폭행을 저질렀다는 제보를 했습니다. 바로 피해자를 만났죠. 하지만 범행 충격으로 심각한 대인기피증을 앓고 있었고 집 밖에도 제대로 나오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김 경위는 피해자들이 마음을 추스를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두고 지켜봤다. 피해자들에게 성폭력 사건을 기억하게 하는 대신 그들의 부모와 지속적으로 연락을 했다. 김 경위는 “꾸준히 진심으로 대하면 언젠가 마음을 열 것이라고 생각했다. 3년 6개월이 지난 올해 2월 부모님에게 전화가 왔고 아이들이 많이 좋아졌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고 떠올렸다.

2014년 성북경찰서로 자리를 옮겼던 김 경위는 올해 2월 도봉서 여성청소년과 여성청소년수사팀에 자원했다. 평생 형사과에서만 근무했지만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처음으로 전공을 바꾸는 도전을 했다. 김 경위는 그간 보여 줬던 신뢰를 바탕으로 피해자들을 조심스럽게 설득했다. 신분이 절대 밝혀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굳은 약속도 했다. 마음을 연 피해자들은 올해 3월 고소장을 접수했고 김 경위는 피해자들이 기억해 낸 피의자 5~6명을 먼저 수사했다. 피의자 진술로 가담자를 차례로 검거하면서 사건의 윤곽이 드러났다. 고등학생 22명이 중학생 2명에게 협박을 하고 2차례에 걸쳐 성폭력을 행사한 것이다.

“경찰도 사람이잖아요. 자식 키우는 부모고요. 너무 충격적이었죠. 화가 나서 견딜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아직 음지에서 혼자 고통당하고 있을 수많은 성폭력 피해자가 이 사건을 계기로 용기를 갖게 되길 바랍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2016-07-0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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