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마약과의 전쟁’ 인권유린 논란 끝에 ICC 탈퇴

필리핀 ‘마약과의 전쟁’ 인권유린 논란 끝에 ICC 탈퇴

하종훈 기자
하종훈 기자
입력 2019-03-18 13:48
수정 2019-03-18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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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룬디 이어 2번째 탈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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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로드리고 두테르테 정부가 추진한 ‘마약과의 전쟁’에서 자녀를 잃은 희생자 유족들이 지난 15일 마닐라 인근 케손시티에서 자녀들의 영정을 들고 필리핀의 인권 유린 실상을 폭로하고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조사와 필리핀의 ICC 탈퇴 반대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케손시티 EPA 연합뉴스
필리핀 로드리고 두테르테 정부가 추진한 ‘마약과의 전쟁’에서 자녀를 잃은 희생자 유족들이 지난 15일 마닐라 인근 케손시티에서 자녀들의 영정을 들고 필리핀의 인권 유린 실상을 폭로하고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조사와 필리핀의 ICC 탈퇴 반대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케손시티 EPA 연합뉴스

‘마약과의 전쟁’ 과정에서 제기된 범죄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진행했던 조사에 반발해온 필리핀이 결국 17일 ICC를 공식 탈퇴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필리핀은 2017년 ICC를 떠난 브룬디에 이어 ICC를 탈퇴한 2번째 국가가 됐다.

필리핀 정부는 지난해 3월 17일 당시 유엔 주재 필리핀 대사였던 테오도르 록신 현 외교장관이 ICC에 탈퇴 의사를 통보한 뒤 1년만인 지난 17일 공식 탈퇴했다. 필리핀은 1년 전 ICC 탈퇴를 발표했지만 규정에 따라 탈퇴는 발표 1년 뒤에나 발효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02년 설립된 ICC는 해당국 법원의 정상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대량학살, 반인륜 범죄, 전쟁 범죄, 침략 범죄 등에 대한 국제 범죄 기소 역할을 맡고 있다.

필리핀의 ICC 탈퇴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2016년 취임 이후 벌여온 마약과의 전쟁 과정에서 비롯된 과도한 인권 침해 논란에서 비롯됐다. 필리핀 정부는 이 과정에서 5000여명이 사망했다고 밝혔지만 현지 인권단체들은 실제 사망자수가 정부 발표의 4배를 넘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10대 한명을 마약 판매범으로 오인해 사살한 경관 3명이 살인죄로 유죄 판결을 받기도 했다.

ICC는 마약과의 전쟁 과정에서 제기된 불법 행위에 대한 사전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고, 이에 반발한 필리핀 정부는 ‘탈퇴’로 맞대응한 것이다. 록신 장관은 최종 탈퇴를 앞두고 지난 10일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강대국이 가입하지 않은 ICC는 유명무실하며, 필리핀의 탈퇴는 인권이 정치화된 결과”라고 주장했다.

반면 ICC측은 이번 탈퇴에도 불구하고 탈퇴 이전에 저지른 범죄에 대한 관할권은 유지되며 필리핀 정부의 범죄 혐의에 대한 조사는 차질없이 진행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필리핀 인권운동가 로멜 바가레스는 NYT에 “ICC 탈퇴는 필리핀 사법 체계의 끔찍한 후퇴이며 ICC는 지난 2년간 마약과의 전쟁 과정에서 벌어진 심각한 필리핀 사법부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한 마지막 보루였다”고 말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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